세계경제연구원 강연…"자동차·전자제품 업종 타격 우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수석 부소장 "김정은과 거래할 수도"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단기적으로 한국경제에 큰 타격이 올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손성원 캘리포니아대 석좌교수는 1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강연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개방경제 체제인 한국에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한국은행은 단기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과감한 금리 인하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2006년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최고 이코노미스트 1위에 오른 경제 전문가다.

미국 웰스파고은행 수석 부행장과 백악관 대통령 경제자문회의 선임 경제학자로도 일했다.

손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을 이행하면서 보호무역주의를 넘어서 고립주의 정책을 펼치게 된다"며 "미국과 교역 비중이 높은 한국은 무역에서도 타격을 입고 세계 경제 위축으로 인한 악영향도 함께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한은의 과감한 통화정책이라는 단기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손 교수는 "한은이 금리를 많이 내린 것 같지만 6개월마다 0.25%포인트씩 내리는 방법은 총알만 낭비하는 것"이라며 "얼마 남지 않은 총알을 효과적으로 쓰려면 단기간에 더 과감하게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로 금리 인하를 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가계부채 문제는) 다른 정책으로 하면 된다"며 "일본의 경제가 살아난 이유가 과감한 정책으로 경제 심리가 살아났기 때문인 것을 보면 한국도 극적인 변화로 경제 심리를 부양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적 대응도 강조했다.

손 교수는 "일본은 벌써 부총리를 미국에 급파해 새로운 관계를 맺으려 하고 있다"며 "한국도 무역 협상을 생각하면 빨리 트럼프와 관계를 맺고 보좌진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에는 부정적인 영향만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히려 인프라 투자와 법인세 감면, 규제 완화 정책은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그는 "트럼프 당선 직후 뉴욕 증시가 강세를 보였고 특히 금융주가 크게 올랐다"며 "규제 완화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손 교수에 앞서 강연을 한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수석 부소장은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트럼프는 모든 문제를 거래라고 생각하는 인물"이라며 "전 세계를 상대로 거래를 하며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해 "트럼프는 후보 시절 김정은을 죽이면 북핵 문제가 해결될 것 아니냐는 말을 할 정도로 과격한 정책을 펼칠 수 있지만 반대로 김정은과 햄버거를 나눠 먹으며 거래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놀랜드 부소장은 앞으로 내각이 어떻게 구성될지가 향후 미국의 정책 방향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 시절 이민 정책이나 재정 정책, 보호무역 정책, 안보 문제 등에 대해 과격한 발언을 많이 했지만, 실제 정책에서는 장관들의 성향에 따라 크게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트럼프는 후보 시절에도 정책 방향에 일관성이 없었다"며 "공직 경험도 없어 결국 어떤 사람으로 내각을 구성할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