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달러도 강세…안전자산인 국채·금에 대한 투자는 줄어

국제 금융시장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데 따라 휘청였으나, 곧바로 충격을 흡수하고 안정을 찾았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것이라는 관측은 실제 금융시장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9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4% 상승 마감했다.

트럼프 당선의 충격으로 하락 출발했다가 개장 30분이 지나기도 전에 상승으로 전환한 뒤 줄곧 강세를 유지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나란히 하락 출발했다가 각각 1.1% 오른 뒤 거래를 마쳤다.

유럽의 주요 증시도 한때 3%이상 하락하기도 했으나 일제히 상승장으로 마감했다.

영국 런던의 FTSE 100 지수는 1.00%,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DAX 30 지수는 1.56%, 프랑스 파리 CAC 40 지수는 1.49% 각각 올랐다.

미국과 유럽 증시의 강세는 미국 선거 개표가 진행중일 때 장이 열렸던 아시아 주요 증시가 폭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본 도쿄의 닛케이평균주가지수가 5.36%나 떨어진 것을 포함해 한국 코스피(-2.25%), 홍콩 항셍지수(-1.95%), 대만 가권지수(-2.98%), 상하이종합증시(-0.62%) 등 아시아 주요 증시는 폐장할 때까지 트럼프 리스크를 떨치지 못했다.

뉴욕 소재 비상장 은행인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 Brown Brothers Harriman)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스콧 클레먼스는 "투자자들은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때 시험 운행을 해 봤다"면서 "그때와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은 대통령선거가 '사건'이 아니라 '절차'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CNBC에 전했다.

애초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봤다.

주식이나 원유, 달러 등에 대한 투자가 줄고 대신 국채나 금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이런 전망에 맞게 트럼프 당선 소식이 알려진 직후에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났으나 오래가지는 않았다.

증시와 마찬가지로 원유와 달러도 약세로 시작했다가 강세로 마무리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0.6% 올라 마감했다.

대선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자 장외거래에서 4%가량 하락했던 충격을 해소하고도 남은 것이다.

달러도 초반 약세에서 강세로 반전됐다.

주요국 화폐 대비 강세 정도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6%가량 높은 98.54를 나타내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국채는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

10년 만기 미국 재무부채권의 수익률은 2.047%까지 올라 1월 28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형성했다.

채권 수익률은 채권 가격과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수익률 상승은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즉 채권에 대한 투자가 줄어 가격이 떨어졌다는 의미이다.

미국 재무부 채권 중 30년 만기도 2.846%까지 올랐고, 5년 만기와 2년 만기도 나란히 수익률이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리스크가 빨리 사라진데다가 트럼프가 통화팽창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채권 투자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금도 초반에 강세를 보이다가 투자가 줄면서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0.1% 떨어져 마감했다.

금은 트럼프 당선 여파로 안전자산을 찾는 수요가 늘어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상승폭이 계속 줄어든 끝에 하락 마감했다.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