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관계당국도 금융시장 충격에 대한 비상 모니터링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트럼프 후보 당선이 국내외 금융시장 및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한편 만에 하나 급격한 외화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대응계획 점검에 나섰다.

외환·금융당국과 통화당국 관계자들은 시장 예상을 깨고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자 당혹해 하며 후속 대응책을 점검하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시장이나 외신이 모두 클린턴 후보 우세를 점친 상황이었다 보니 판세가 역전된 이후 모두들 당황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금융시장에도 이날 선거 결과에 따른 당혹감이 묻어났다.

우선 불확실성 확대와 위험자산 기피 현상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종가는 달러당 1,149.5원으로 전날 종가보다 14.5원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1,157.3원으로까지 고점을 높이기도 했다.

개장가보다 28.3원이나 높은 수준이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5.00포인트(2.25%) 떨어진 1,958.38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24.45p(3.92%) 떨어진 599.74로 장을 마감했다.

정책당국은 당분간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될 것으로 보고 긴장감을 가진 채 긴급 모니터링 체계를 지속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한 관계자는 "클린턴이 당선됐을 경우보다 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그야말로 비상 상황"이라면서 "예전에 시장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예상하지 않고 있다가 크게 영향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된다.

미국은 전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영국보다 훨씬 크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도 시장이 예상치 못한 충격에 빠질 수 있다고 보고 외화유동성 등에 대한 일일 점검 태세에 들어갔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시장도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어느 정도는 대비를 해뒀지만, 당분간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급격한 외화 유출로 이어질 만한 사건은 아니라고 보지만 비상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외화유동성 상황을 일일 단위로 점검하고 상황이 악화될 경우 비상 자금조달 계획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로써는 은행권의 3개월 기준 외화유동성 비율이 100%를 상회해 규제 기준(85%)보다 상당히 양호한 상황이지만, 위기에 대비해 더욱 채비를 단단히 하겠다는 의미다.

당국은 단기 금융시장 충격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가져올 대외정책 변화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분담금 문제까지 언급했다.

이것들을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충격이 커질 것으로 보이면서 동향 점검 회의도 잇따라 개최됐다.

정부는 이날 오전 7시 30분 최상목 기재부 1차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금융시장에 과도한 변동성이 나타날 경우 신속하게 시장안정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도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미국 대선 결과가 시장 예측과 다를 경우 주가가 하락하고 외국인 투자 자금이 유출되는 등 국내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오후 들어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당국은 서둘러 추가 회의를 열었다.

당장 한국은행이 오후 2시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점검했고, 정부는 오후 4시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미 대선 결과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했다.

오후 5시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긴급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시장 상황을 살피고 대응방안을 점검했다.

정부는 이어 10일 오전 유 부총리 주재로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잇따라 열고 시장 동향과 대응계획을 점검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이지헌 김동호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