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 급락세·코스닥 6% 폭락·원/달러 환율 장중 20원 급등
트럼프 "내가 당선되면 브렉시트 10배 충격"…우려가 현실로?


'설마 이번에는 아니겠지'라며 안심하던 금융시장이 뒤통수를 크게 맞았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진 대이변이 연출되자 금융시장은 지난 6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버금가는 패닉 장세에 빠졌다.

장중 코스피가 3%대 급락세를 보이고 코스닥은 6% 폭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20원 넘게 급등했다.

지난 6월 24일 브렉시트 투표 당시에도 유럽연합 탈퇴에 반대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믿었던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허둥대며 예상 밖의 결과에 대응해야 했는데, 4개월 반 만에 '제2의 브렉시트'를 맞은 것이다.

9일 국내 금융시장은 느긋한 마음으로 장을 출발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대선 승리에 무게를 두되,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도 아예 배제하지는 않아 코스피는 전날 종가보다 4.7포인트 오른 2,008.08로 개장했다.

장 초반에는 오름세를 유지하며 2,010선을 밟기도 했다.

코스닥도 2.34포인트 오른 626.53으로 장을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달러당 6.0원 내린 1,129.0원으로 개장했다.

클린턴이 당선되면 미국 대선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가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움직임이었다.

금융시장은 불확실성을 극도로 싫어한다.

클린턴은 안정을, 트럼프는 불확실성을 초래할 것이라는 인식이 투자 심리로 연결된 것이다.

'패닉'은 9일 오전 11시께 시작됐다.

트럼프가 플로리다, 오하이오 등 경합 주(州)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오전 11시 달러당 1,135.6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불과 23분 만에 14원 올라 1,149.5원이 됐다.

오후 1시께는 전날 종가보다 22.25원 오른 1,157.25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 변동 폭이 28.6원에 이르는 '널뛰기 장세'가 펼쳐졌다.

트럼프 당선이 유력해진 오후 2시께부터 충격파가 다소 가라앉은 데다 외환 당국의 미세 조정(개입) 추정 물량이 나오며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달러당 14.5원 오른 1,149.5원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 역시 오전 11시 이후부터 급격한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장중 1,931선까지 추락했다.

코스닥지수는 581선까지 떨어졌다.

코스피 폭락에 따른 기관 매수세가 들어와 지수는 다시 1,950선까지 회복하기는 했으나 더는 반등하지는 못했다.

결국 전날보다 45.00포인트(2.25%) 떨어진 1,958.38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1,950선을 기록한 것은 브렉시트 공포가 재부각된 지난 7월 6일(1,953.12)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4.45포인트(3.92%) 떨어진 599.74로 장을 마감했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 전개에 금융당국도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7시 30분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금융시장에 과도한 변동성이 나타날 경우 신속하게 시장안정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도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미국 대선 결과가 시장 예측과 다를 경우 주가가 하락하고 외국인 투자 자금이 유출되는 등 국내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커지자 당장 통화 당국이 오후 2시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정부는 오후 4시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미 대선 결과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중이다.

오후 5시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긴급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연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정책 불확실성 심화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자신이 당선될 경우 금융시장에 브렉시트의 10배가 넘는 충격이 올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