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100주년 앞두고 7년 만에 적자 전락 신세

내년 창업 100주년을 맞는 세계적 카메라·반도체 제조장치 업체 니콘이 직원 1천명을 감원하는 시련을 겪게 된 것은 자사가 우월하다는 고립주의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9일 지적했다.

신문은 일본 니콘이 반도체 제조장치 사업 분야의 대규모 직원 삭감 등 구조조정에 나서며 예전의 영광에 취한 '히노마루(일장기) 반도체'의 명문가 모습은 사라졌다고 전했다.

일본 반도체산업은 1970년대 후반 발족한 관민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 시절 니콘은 반도체 제조장치 분야에서 세계 반도체 업계를 압도하는 일본의 자부심이었다.

미세가공을 가능하게 하는 일본산 최초의 반도체제조 장치를 개발하고 후원한 주체가 니콘의 전신이었던 일본광학공업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2000년 전후에 분위기가 변했다.

네덜란드 필립스에서 1984년 독립한 ASML이 기술을 개방, 외부의 연구기관이나 렌즈 등 부품기업과 제휴하는 외부혁신(오픈이노베이션) 수법을 구사하며 약진했다.

반면 니콘은 기술 분야에서 고립주의 노선을 걸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ASML에 역전돼 2015년 점유율은 10%대로 추락했다.

니콘 측은 현재 "만회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백기를 든 상태다.

세계의 전기전자산업은 디지털 기술의 진보로 참여장벽이 내려갔다.

가전이나 반도체에서는 선진국의 개발·설계 회사와 아시아의 수탁제조회사의 수평적인 분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일본 기업들은 자사 기술이 우월하다는 고립주의, 이른바 갈라파고스 증후군에 빠져들면서 경쟁력을 잃어갔다.

물론 히타치제작소나 소니, 파나소닉 등은 사업구조개혁을 거쳐 재기중이다.

또 캐논은 첨단 반도체 제조장치 개발에서 손을 떼고, 의료용 이미지진단장치나 CCTV 분야로 방향을 틀어 대형인수를 단행했다.

후지필름은 헬스케어 분야를 강화, 구조전환에 성공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니콘이 재무기반이 크게 악화되기 전에 구조조정을 한 것을 평가도 하지만, 2016년도에는 7년 만에 최종적자가 예상되는 등 실적악화가 현실화됐다.

니콘이 창업 100주년을 앞두고 고비를 맞은 셈이다.

의료기기나 산업기기를 미래 성장분야로 하려고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빨리 마련하는 것이 경영진에 요구된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