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삼성특검 이후 처음…"어수선한 분위기"

삼성이 8일, 지난 2008년 특검 수사 이후 약 8년 만에 본사 압수수색을 당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속 수사관들은 이날 오전 6시40분께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에 들이닥쳤다.

수사관 20여명은 이 건물 27층에 있는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무실과 40층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 관련 문서 등을 확보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의 집무실과 승마협회 부회장인 황성수 삼성전자 대외협력스포츠기획팀장(전무)의 집무실도 포함됐다.

수사관들은 오후 2시 50분 현재까지 8시간 이상 압수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은 최씨와 최씨의 딸 정유라씨 모녀 회사인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280만 유로(약 35억 원)를 특혜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서초사옥은 삼성이 2008년 이후 그룹 본사로 쓰고 있는 건물이다.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집무실이 있고, 삼성 미래전략실도 들어와 있다.

삼성 컨트롤타워가 있는 본사가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2008년 4월 이후 삼성 특검 당시 특검팀의 압수수색 이후 처음이다.

당시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한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전자 본사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후 삼성 계열사 중에는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당한 곳이 간혹 있었지만, 수사팀이 삼성 본사에 압수수색을 나온 적은 없었다.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은 삼성 본사뿐만 아니라 대한승마협회, 한국마사회 등 9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검찰은 삼성 직원들의 출근이 이르다는 점을 고려해 아침 이른 시각부터 삼성을 시작으로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에서는 관련 의혹에 대한 언급을 삼가며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곳곳에서 뒤숭숭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삼성 측은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며 "수사 결과 모든 게 투명하게 밝혀질 것으로 본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지만, 해당 사무실 외에는 평소와 다를 것이 없는 상황"이라며 "아침회의를 비롯해 오전 업무는 대부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의 다른 관계자는 "검찰 압수수색이 시작됐다는 얘기를 듣고는 일손이 잡히지 않아 어수선한 느낌도 있다"고 말했다.

오전 6시 30분에 출근했다는 한 직원은 "출근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오니 회의실이 부산했다"며 이후 곧 압수수색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오전 11시40분께 로비로 나온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은 이번 조사와 관련한 기자들의 물음에 아무 말 없이 밖으로 빠져나갔다.

점심시간에 맞춰 사무실을 나온 직원들은 굳은 얼굴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외국인 직원들은 로비에 진을 친 수십 명의 취재진을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사옥 앞에서는 반올림 활동가들이 '박근혜게이트 최대 수혜자 삼성을 처벌하라'는 피켓을 펴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옥철 김연숙 기자 noma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