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8일 검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면서도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의 대외 신인도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하고 있다.

삼성은 이날 “검찰 수사로 모든 게 투명하게 밝혀질 것으로 본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뒤숭숭한 상황을 수습하느라 고심하는 분위기다. 당장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사장단 및 임원 인사가 문제다.

한 관계자는 “수사 대상이 된 임원들의 거취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통상 12월 초에 단행되는 사장단 인사가 예정대로 이뤄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내년 사업 계획 등 향후 전략을 수립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검찰 수사가 어떤 식으로 전개돼 기업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갤럭시노트7 리콜, 엘리엇의 지배구조 개편 요구 등에 이어 ‘최순실 사태’가 새로운 돌발 악재로 부상했다는 우려가 크다. 이 같은 악재들은 지난달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르며 경영 전면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돼 있어 한동안 검찰만 쳐다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직원들의 동요를 막고 가능한 경영 계획을 수립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 직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박근혜 대통령 관련 스캔들이 커지면서 삼성 사무실이 급습당했다”며 관련 뉴스를 앞다퉈 보도했다. WSJ는 “국정에 개입한 대통령의 친구에게 삼성이 돈을 줬다는 혐의”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갤럭시노트7과 세탁기 리콜 이후 활로를 찾고 있는 삼성이 또 다른 문제로 발목이 잡혔다”며 “헤지펀드 엘리엇으로부터는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한 압력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의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FT는 “갤럭시노트7 리콜로 이미 6조원 이상 손실을 본 삼성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1년에 한 번 일어나도 감당하기 힘든 사건들이 2개월여 동안 연이어 터지고 있다”며 “노트7으로 제품의 신뢰도가 떨어진 가운데 정치 스캔들에까지 휘말려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