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예정됐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가 돌연 취소됐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주요 그룹 회장들이 참석을 꺼리면서 회의 자체가 없던 일이 됐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당초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비공개 회장단 회의를 열기로 했었다. 전경련 회장단 회의는 그동안 7월을 제외한 매 홀수달 두 번째 목요일에 열렸다. 이번 회의는 미르·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의혹이 본격화된 이후 처음 열리는 것으로 올해 마지막 회의기도 했다.

회장단은 당초 이번 회의를 통해 전경련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차기 회장 선출에 대한 얘기도 주고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회의를 불과 이틀 앞두고 갑자기 일정 자체가 무산됐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달 예정돼 있던 전경련 회장단 회의를 열지 않기로 했다”며 “이유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전경련 회장단 회의가 무산된 것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주요 그룹 회장이 불참을 통보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이 최순실 게이트에 엮여 있는 상황에서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는 걸 부담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전경련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가 주도한 미르·K스포츠재단의 강제 모금 의혹에 휩싸여 창립 55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한 10대 그룹 임원은 “전경련 사무국이 회장단(20명)에 속해 있는 기업에 10일 회장단 회의를 연다는 공문을 보내긴 했다”며 “다만 주요 그룹 회장들이 대부분 참석하지 못한다고 통보하고 10대 그룹 이외의 일부 기업만 참석한다고 연락이 오자 일정이 아예 취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차기 회장 선출 작업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허창수 회장은 내년 2월 임기를 끝으로 더 이상 회장직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전경련은 차기 후보를 물색해야 한다. 하지만 주요 그룹 회장들이 전경련 회장직을 고사하고 있어 차기 회장 후보마저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