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승마協·마사회 동시다발 압수수색…崔 알선수재 혐의 포착
박상진 사장실도 포함…최순실 모녀 지원 배경·자금 성격 규명 집중

현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삼성그룹의 '35억 특혜 지원' 의혹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과 대한승마협회, 한국마사회 등 9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63)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협회 부회장인 황성수(54) 삼성전자 대외협력스포츠기획팀장(전무) 사무실 및 자택도 포함됐다.

검찰은 이들 장소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 승마협회 업무 추진 내역과 지원비 집행 실적 등 각종 문서, 개인 다이어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20)씨 지원 명목으로 불법 대가성 자금을 제공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작년 9∼10월께 최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회사인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280만 유로(약 35억원)를 특혜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 자금은 현지에서 정씨의 말 구입·관리, 말 이동을 위한 특수차량 대여, 현지 승마 대회 참가 지원, 전지훈련 등에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10억원대로 알려진 그랑프리 대회 우승마 '비타나V' 구입에도 쓰였다.

코레스포츠는 당시 승마 훈련장이 있던 헤센주의 로베트르 쿠이퍼스 승마협회장이 공동대표로 등재됐으나 최씨 모녀가 100% 지분을 갖고 있었던 회사다.

컨설팅 계약을 맺은 뒤인 작년 11월에는 비덱스포츠로 이름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박상진 사장이 직접 독일로 건너가 최씨와 구체적인 지원금액 등을 협의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한 언론은 쿠이퍼스 대표의 말을 인용해 "삼성이 최순실씨 측으로부터 노조 문제 협력 등 정부 지원을 약속받고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들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검찰도 자금의 성격 규명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의 알선수재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씨가 삼성측으로부터 사업상 편의 등 모종의 청탁과 함께 자금을 지원받은 게 아닌지, 삼성 측의 또 다른 이면 지원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삼성측은 승마협회 회장사로서 유망주 육성 차원에서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혜택이 정씨에게 돌아간데다 쿠이퍼스 회장마저 코레스포츠 추진 사업이 석연치 않다며 곧바로 사임해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삼성은 최씨가 배후 조종했다는 미르·K스포츠재단 대기업 출연금 774억원 가운데 204억원을 제공해 전체 53개 출연 기업 중 기여도가 가장 큰 곳이기도 하다.

삼성이 이러한 거액을 출연한 경위와 청와대 외압 여부도 조사 대상이다.

마사회는 승마협회와 함께 2020년 도쿄올림픽 승마 지원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기관이다.

지난해 10월 작성된 이 로드맵은 협회가 마장마술 등 3개 종목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 유망주를 선발해 독일 전지훈련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회장사인 삼성이 4년간 186억원의 후원금 지원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정유라씨 지원 로드맵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독일에서 훈련을 받고 있던 정씨를 지원하고자 박재홍 전 마사회 감독을 파견한 것도 마사회와 승마협회 간 협의 아래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승마협회와 삼성 관계자들 지시에 따라 독일 현지에 있는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와 연락했지만 그들이 말 값을 주지 않아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고 주장했다.

또 "최순실씨와 마사회의 현명관 회장은 전화 통화를 할 정도이며, 정유라의 독일 승마 연수에는 현 회장이 깊숙이 개입했다"고 말한바 있다.

앞서 검찰은 이달 5일 대한승마협회 김모 전무와 박모 전 전무를 소환해 조사했다.

김 전무는 중장기 로드맵' 작성을 주도한 인물이며, 박 전 전무는 승마계에서 최씨의 핵심 측근 역할을 해왔고, 삼성측에 코레스포츠와의 지원 계약을 제안해 성사시킨 인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만간 박상진 사장과 황성수 전무 등을 소환해 최씨에 대한 지원금 성격과 규모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