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감시하는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기업의 돈을 뜯는 시민단체도 많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주요 기업 225개사의 작년 사회공헌활동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은 전체 사회공헌활동 예산(2조9020억원) 중 31.7%인 9199억원을 시민단체(NPO)에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지방자치단체(6268억원)를 통해 집행한 예산은 물론 기업 스스로 추진한 사회공헌활동에 들어간 돈(8241억원)보다 많았다.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기업과 관련된 분쟁이 발생하면 이해관계 당사자가 아니라 시민단체가 협상 테이블에 나설 때가 많다”며 “분쟁 협상의 조건으로 단체 후원금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시민단체가 사옥 앞에서 지속해서 시위하고 언론에 근거 없는 비방을 펼쳐 기업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의 영향력을 앞세워 기업 돈을 갈취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도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청구한 한 시민단체 김 모 사무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총장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분쟁 상대 기업에 대한 고발을 대신해주고 분쟁을 해결해준다며 중소기업 4곳과 관계자 2명 등으로부터 5900만원을 챙긴 혐의다. 김 총장은 기업 간 분쟁을 겪는 업체에 접근해 “직접 고발하는 것보다 시민단체가 고발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기 더 쉬울 것”이라며 금품을 받아냈다.

재계 관계자는 “시민단체의 행사 후원이나 기부금 요청을 비롯해 각종 요구가 한 달에 십수건씩 들어온다”며 “마치 대기업 돈은 눈먼 돈이라고 생각하는 시민단체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자칫 이들의 후원·요구를 거절했다가 갖은 이유로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 염려돼 웬만하면 후원한다”고 덧붙였다.

김순신 기자 sooo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