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담당하는 한 임원은 요즘 공장 밖으로 나가는 게 두렵다. 공장을 나갈 때마다 차량과 소지품은 물론 몸수색을 받아야 해서다. 보안 검사 시간을 고려해 수원 본사나 다른 공장에서 회의가 잡히면 전보다 10~20분 일찍 나선다.

지난 9월 3차원(3D) 낸드플래시 핵심 기술을 중국 업체로 빼돌리려다 적발된 ‘이모 전무 사건’으로 달라진 풍경이다. 경기 용인 기흥과 화성 등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에서는 이 사건 이후 임원급 보안이 대폭 강화됐다. 과거에는 임원 차량이면 트렁크 정도를 열어 부품이나 반도체 제품이 없는지 검사하는 정도였다. 지금은 탑승자를 내리게 한 뒤 보안요원들이 차량 내부를 샅샅이 살피는 것은 물론 차에서 내린 임원의 몸수색도 한다.

보안 검사의 초점은 종이 서류다. 이동식 저장장치(USB) 같은 저장장치와 부품 등은 사업장 입구에 설치된 금속탐지기에서 탐지할 수 있지만 서류는 걸러내기 어려워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업체들은 사업장 내에서 보안용지만 쓰도록 하고 있다. 이를 허락 없이 반출하면 입구에 설치된 보안용지 감지기에 적발된다. 이 전무는 이를 피하기 위해 보안용지가 아니라 외부에서 다른 종이를 들여와 기술 관련 내용을 복사해 빼돌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보안용지 이외의 종이를 사업장에 들여오는 것은 보안규정 위반이라 일반 사원은 감히 시도도 못 한다”며 “(이 전무 사건은) 다른 직원과 달리 독립 사무공간이 있는 임원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임원들은 보안 검색 강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당장 출퇴근 때 본인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임원이 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종이 자료 반출 자체가 상당 부분 제한되면서 다른 곳에서 회의할 때 회의 자료를 준비해 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고 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