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르는 구리값…경기회복 기대 커졌다
국제 원자재시장에서 구리 가격이 10일 연속 올랐다. 2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전선 재료인 구리는 냉장고에서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제품과 시설을 만드는 기본 재료다. 구리 수요 증감은 글로벌 경기의 향방을 보여주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그래서 ‘닥터 구리(Dr. Copper)’라는 별명이 붙었다. 10일 연속 가격 상승이 세계 경제 회복세를 보여주는 징조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4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구리값은 파운드당 2.2610달러로 마감해 1주일간 3.3% 올랐다. 지난달 24일부터 10거래일 동안 8.5%나 뛰었다. 1988년 이후 28년 만에 최장기간 연속 상승이다.

구리값이 뛴 것은 미국과 중국의 경기지표가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 나라의 최근 공장가동률 관련 지표는 개선되고 있다.

수요 증가세가 ‘반짝 흐름’에 그칠지, 장기적 추세로 이어질지는 분명하지 않다.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쪽에서는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TD증권의 전략가인 마이클 드래고지츠는 “최근 수개월간 중국 지표를 보면 상황이 달라졌다”며 지난달 중국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9%나 급등한 게 그 신호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세계 구리 수요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급락하고 8일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불확실성이 더 커지면 구리값이 다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