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 개입 의혹이 정국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400조7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 자칫 막판 부실심사에 예산안 통과 법정 기한(12월2일)을 지키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국회는 7일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를 가동해 예산안 세부 심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 여파로 예산안 심사는 더디게 진행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최순실 예산’을 4000억~5000억원대로 추산하며 대폭 삭감을 벼르고 있다.

예산안이 정치권의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멀어져 졸속 심사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3일까지 열린 예결위 종합 정책질의와 경제부처·비경제부처 심사에서도 초점은 최순실 사태였다. 그나마 나온 예산 관련 질의도 문화창조융합벨트 등 최씨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 사업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16개 상임위원회 중 6개 상임위는 아직 소관 부처별 예산 심사 결과를 예결위로 넘기지도 못했다.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과 법인세 인상 등 여야 간 해묵은 쟁점도 그대로 남아 있다. 야당은 중앙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충분해 각 시·도 교육청이 편성하면 된다고 맞서고 있다. 여당은 여전히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고 있지만 거대 야당의 공세에 취약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