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을 연방수사국(FBI)이 재수사하겠다고 공표한 이후 클린턴과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율이 막상막하로 나타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공포에 떨고 있다.

클린턴의 당선을 점쳤던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여론조사 역전 소식에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에 대비한 막판 헤지(위험회피) 투자에 여념이 없다.

블룸버그는 오는 8일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각 후보 당선 시 주식, 채권, 외환, 원자재와 신흥시장 영향을 3일 분석했다.

당장 미국 뉴욕증시의 S&P500지수의 경우 클린턴이 당선될 경우 최고 3%까지 추가 상승 랠리를 펼치겠지만, 트럼프가 이기면 11∼13% 폭락할 것이라고 바클레이즈는 전망했다.

장기적으로는 두 후보 모두 투자를 확대하고 감세를 할 계획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에는 가격 상승요인으로, 채권시장에는 가격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크레디아그리콜은 트럼프 당선 시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한 우려 때문에 한국 원화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자산시장별 시나리오.

◇ 주식시장
클린턴이 당선되면 주식시장은 이미 그의 승리를 반영한 상태이기 때문에 추가 상승세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바클레이즈 등 IB들의 전망이다.

이 회사는 추가상승 여력이 최고 3%가량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이체방크는 정책 지속성과 예측 가능성에 따른 안도 랠리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업종별로는 은행, 제약, 바이오기술업종에 클린턴 당선이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클린턴이 은행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약값 인상에 제약을 가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반면에,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계획이기 때문에 대안에너지 업종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모건스탠리는 내다봤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주식시장의 충격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당시를 넘어설 것으로 CMC마켓은 내다봤다.

브렉시트 결정 당시 S&P500지수는 5.3% 폭락한 바 있다.

바클레이즈는 S&P500지수가 11∼13% 폭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랙록은 제약사, 보험사, 헬스케어, 은행업종에는 트럼프 당선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프라나 방산업종도 마찬가지라고 크레디트 스위스는 내다봤다.

◇ 채권시장
클린턴이 이기면 위험자산으로 돈이 몰리면서 국채금리는 상승할 것이라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전망했다.

이는 전 세계 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7월 클린턴 당선이 우세해진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0.36%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금리에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최소 0.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크레디아그리콜은 전망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 금리는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 외환시장
클린턴이 승리하면 미국 달러화 가치는 신흥국 통화 대비 상승할 전망이라고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내다봤다.

신흥국 통화는 이를 이미 반영했기 때문에 클린턴 당선 시 중립적 내지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소시에테제네랄은 내다봤다.

다만 러시아는 예외다.

특히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거 내다 팔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연기할 것이라는 우려에 미국 달러화 가치는 급락하고 엔화, 유로화, 파운드화, 스위스 프랑화의 가치가 폭등할 것이라고 BoA는 내다봤다.

트럼프의 중국 환율조작에 대한 관세 보복 등 중국에 대한 적대감에 비춰 역외 위안화 가치는 연말까지 3% 떨어질 것이라고 미즈호은행은 전망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또 다른 신흥시장 수출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

아울러 주한미군 주둔의 필요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에 비춰 원화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크레디트 아그리콜은 내다봤다.

◇ 원자재시장
클린턴이 승리하면 기후변화에 철저히 맞서겠다는 공약을 고려할 때 석탄과 석유 가격에는 하락요인으로, 천연가스 가격에는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이기면 석탄과 석유에 호재, 천연가스에는 악재가 될 전망이다.

◇ 신흥시장
클린턴이 당선되면 위험 선호 현상이 강화될 것이므로 신흥시장에 유리해질 전망이다.

트럼프가 승리하면 신흥시장에는 좋아질 게 없다고 CMC마켓은 내다봤다.

씨티그룹은 MSCI 신흥국지수가 즉각 적어도 10%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의 보호주의적 정책은 중국에 가장 큰 타격이 되겠지만, 다른 수출국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CIMB증권은 내다봤다.

씨티는 특히 한국과 대만의 수출업자들이 잃을 게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네시아나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가장 타격을 덜 받을 곳으로는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꼽혔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