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는 부름 받으면 응해야 한다고 생각"

임종룡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본인의 정책 철학에 대해 "정책은 진정성과 일관성, 신속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정부가 어려운 시점에 부총리 자리를 맡게 된 점에 대해서는 "공직자는 부름 받으면 언제라도 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다만 부동산 대책이나 산업 구조조정 등 앞으로 추진해야 할 경제 현안에 대해서는 "청문회 기회가 주어지면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임 내정자는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자택 앞으로 찾아온 기자들과 만나 인근 찻집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이번 정부에서 부총리를 역임한 최경환 부총리와 유일호 부총리도 부총리로 내정된 날 집 앞에 찾아온 기자들과 인근 호프집에서 임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임 내정자는 시종일관 "조간신문 내용이 바뀌는 일이 없도록 정책에 관련된 말은 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본인의 정책 철학에 대해서는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정책을 만들며, 만들어진 정책을 일관성 있게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경제 정책에 있어 지금까지 현 정부 경제팀이 만들어 온 경제 정책 기조를 크게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는 "금융위원장으로 일할 때부터 가계부채는 질적 개선이 중요하다고 일관적으로 말했다"며 "정책을 만들 때는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신중하고 치열하게 고민해 만들지만, 만들어진 정책은 일관성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정책의 신속성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해, 앞으로 경제 상황이 바뀔 경우 빠르게 경제 정책을 내놓으며 대응하겠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임 내정자는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대기비행이 아닌 시계비행을 해야 한다"며 "어두운 곳에서 등불을 비춰주듯 신속하게 안내해 경제 주체가 불확실성을 느끼지 않도록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향후 경제 정책을 추진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한 사람의 지혜로는 경제 정책을 펼치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경제팀의 팀플레이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일각에서는 최근 산업 구조조정이나 가계부채 대책에 대해 부처 간 엇박자가 나온다고 지적하지만, 이는 타당하지 않은 지적"이라며 "서별관 회의 등 부처 간 조정 과정은 최선의 가치를 찾는데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책은 부처 간에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해 나온 정책인지가 중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부처 간 조정은 유일호 부총리가 충분히 그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의 정책 공조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같이 일을 했고, 특히 기재부 차관으로 일할 때 이 총재가 한은 부총재여서 거시경제협의회를 만드는 등 많은 일을 같이했다"며 "지금도 존경하는 파트너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사실상 국정이 마비된 상태에서 이뤄진 부총리 내정에 대해서는 "공직은 부름 받으면 응해야 한다.

어떤 시점, 어떤 상황이든 응해야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각오를 밝혔다.

지난 2일 함께 내정된 김병준 총리 내정자에 대해서는 "총리 내정자도 나랏일을 했던 분이어서 그 과정에서 뵀다"며 "마주칠 때마다 인사했다"고 말했다.

책임 총리제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아닌 총리의 지시를 받게 되는지 묻는 말에는 "제가 언급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경제문제는 경제팀이 팀으로 뭉쳐서 맞닥뜨리고 돌파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으로부터 내정 사실을 직접 통보받았는지 질문에는 "최근 통보받았다.

대통령에 관한 얘기는 안 하는 게 좋겠다"고 답을 피했다.

그는 "각종 입법과 우리은행 매각 등 금융위원장으로서 중요한 일이 계속 이어진다"며 "청문회 준비를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후임 금융위원장에게 부담되지 않도록 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