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자비스 같은 AI가 미래 정보기술(IT) 기기를 좌우할 핵심 서비스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삼성은 갤럭시S8 등 차세대 스마트폰부터 시작해 TV 가전 등 모든 제품을 AI 기반 대화형 서비스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구글 애플 아마존 IBM 등에 비해 AI 개발은 늦었지만 세계 곳곳의 가정에 수십억대 제품을 깔아놓은 걸 감안하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삼성전자, AI 넘어 IPU에도 투자 늘린다
◆“모든 제품이 말 알아듣게”

미국 실리콘밸리의 삼성전략혁신센터(SSIC)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그래프코어의 3000만달러 증자에 가장 큰 투자자로 참여했다. 독일 보쉬의 로버트보쉬벤처캐피털 등 7개 펀드가 참여했다.

이 회사는 AI용 지능처리장치(IPU)라는 칩을 개발 중이다. 이 칩은 클라우드 서버 등에 탑재돼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머신러닝을 좀 더 빠르게, 지능적으로 처리한다. 구글 알파고에 탑재된 GPU 등을 대체하는 게 목표다. 최고경영자(CEO)인 나이젤 툰은 “머신러닝에는 CPU나 GPU와는 다른 연산 체제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접근법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인텔에 18조원에 인수된 알테라, 2010년 엔비디아에 인수된 아이세라 등에서 지능형 칩을 연구했다.

손영권 삼성전자 사장은 “현재의 컴퓨터 아키텍처는 AI에 맞지 않다”며 “GPU 1위인 엔비디아에 도전할 수 있는 투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 10월 미국의 AI 플랫폼 개발 스타트업인 비브랩스를 인수했으며 8월엔 IBM왓슨연구소 출신인 김민경 상무를 영입했다. 작년 말엔 이근배 포스텍 교수를 스카우트해 AI를 연구하는 인텔리전스팀을 구성했다. 지난달 27일 콘퍼런스콜에서 이경태 삼성전자 상무는 “향후 지능형 서비스의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해 스마트폰 외에 TV 가전 등 모든 기기를 AI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연결해 삼성 제품만의 차별화 포인트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는 AI 경쟁 중

구글 애플 아마존 IBM 등 글로벌 IT기업들은 음성인식 기반 AI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이 자비스에게 지시를 내리거나 조언을 얻는 현실이 머지않았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구글은 지난달 출시한 스마트폰 픽셀 시리즈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했다. 사용자의 말을 알아듣고 원하는 정보를 준다. 구글은 이 기능을 자사 사물인터넷(IoT) 서비스인 구글홈에도 적용하고 있다. 알파고로 잘 알려진 구글은 AI에 천문학적 투자를 해왔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AI 관련 기업을 사들이는 데 쓴 돈이 280억달러(약 32조원)가 넘는다.

2011년 음성인식 소프트웨어 ‘시리’를 내놓은 애플은 지난 8월 머신러닝 전문 벤처인 투리를 2억달러(약 2258억원)에 사들이는 등 최근 1년 새 AI 분야 스타트업을 6개 인수했다. 아마존은 음성 인식 AI 스피커인 에코로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AI 소프트웨어 ‘알렉사’가 탑재돼 날씨 정보, 교통 상황 등을 알려주고 아마존에서 물건도 주문할 수 있다. 세계에 400만대 이상이 팔렸으며, 최근 LG전자와도 협업을 시작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