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아연 니켈 알루미늄 등 비철금속 가격이 최근 몇 달 새 크게 올랐다. 3년간 이어진 침체에 드디어 끝이 보인다는 낙관이 원자재 시장에 확산되고 있지만 구리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 보도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아연 선물 가격은 올 들어 54% 올랐다. t당 1600달러가 안 됐던 가격이 지금은 2400달러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니켈은 21%, 알루미늄은 16% 올랐다. 광산 폐쇄 등 광물업계의 공급 축소 움직임에 힘입었다. FT는 “낙관적 분위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에 돈을 건 투자자의 포지션이 약 160억달러를 돌파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비철금속 가운데 ‘맏형’ 격인 구리 가격의 향방이다. 구리 값은 올 들어 4% 오르는 데 그쳤다. t당 4800달러 수준이다. 구리 가격은 2011년 t당 1만달러를 넘어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내리막을 걸었다. 맥스 레이턴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구리는 올해도 가격 상승폭이 눈에 띄게 부진했다”며 “아연과 알루미늄, 석탄 등과 달리 구리는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구리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중국에서의 전망도 밝지 않다. FT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과열을 식히려 하고, 계절적 비성수기인 겨울에 접어들면서 수요가 늘어날 여지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컨설팅업체 우드매켄지는 세계 구리 공급은 2020년을 정점으로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