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한진해운 사태는 미처 깨닫지 못한 사실 드러낸 것"

지난 수십 년간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성장세를 거듭 해온 국가간 재화의 물동량이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정체기를 맞은 사실이 네덜란드의 세계무역 통계를 통해 확인됐다고 뉴욕타임스가 30일(현지시간) 전했다.

신문은 지난달 한진해운 사태로 인해 아시아와 미국 간 항로에서 일시적으로 수십 척의 화물선이 공해 상에서 발이 묶인 일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무역성장의 둔화를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이었다며 "무역 정체가 (일시적이지 않고) 구조적이라는 징조들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무역량은 올해 1분기에 증가세를 멈춘 데 이어 2분기엔 0.8% 감소했다.

미국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해 수출입 총액이 2천억 달러(220조 원) 줄어든 데 이어 올해도 지난달까지 4천700억 달러가 추가로 감소했다.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데도 대외 무역이 감소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처음이다.

부진한 세계 경제성장이 세계무역 둔화의 원인이자 결과이긴 하지만,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가 주도하는 도하 라운드 다자간 무역협상의 실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미국 민주, 공화 양당 대선 후보들의 반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WTO 회원국들내 무역규제 강화 추세 등 "선진국들이 세계화에서 후퇴"함으로써 무역둔화가 구조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EU와 캐나다가 새로 무역협정을 체결하기는 했지만, 미국을 비롯해 선진국들에서 자유무역에 대한 여론의 공감대가 다시 형성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세계화의 혜택은 소수 부유층에 집중되고 그 비용은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에게 전가됐지만, 정부가 이들의 고통을 완화하는 데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세계무역 성장세가 경제 성장세보다 2배나 빠르고 유럽은 통합,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됐으며 관세는 내려가고 수송비는 수직낙하하던 1990년대의 이른바 '월마트 혁명'은 끝났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1990년대는 세계 경제가 1% 성장하면 무역량은 2.5% 증가했지만, 최근엔 같은 경제성장에 무역성장은 0.7%에 그친다.

신문은 "한진해운은 다른 대형 해운사들과 마찬가지로 세계무역이 계속 급증할 것이라는 데 (잘못) 베팅"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 성장이 다시 살아나더라도 자동화로 인해 저임금을 찾아 개발도상국에 투자할 요인이 사라졌으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선 세계화로 인한 실질임금 증가 혜택이 없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하는 등 정치적으로도 세계화에 대한 반응이 부정적이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