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 지원을 받아 자본을 확충하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조직 및 인력 감축, 연봉 삭감 등을 담은 혁신방안을 31일 각각 발표했다. 산은과 수은은 대우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등 구조조정 기업을 무분별하게 지원하느라 자본건전성이 악화돼 우려를 자아냈다. 두 국책은행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신뢰받는 정책금융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구태의연하다”(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비판도 나왔다.
대수술 한다더니…'재탕' 그친 산업은행·수출입은행 혁신안
조직·인력 축소하고 연봉 삭감

두 국책은행은 방만하다는 지적을 받는 조직 운영부터 개선키로 했다. 산은은 부행장 수를 10명에서 9명으로 줄이고, 부행장 중 상임이사(1명)는 없애기로 했다. 또 정원(3193명)의 10%(319명)를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감축한다. 수은은 10명의 부행장을 8명으로 줄이고 전무이사와 상임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의 직위는 본부장으로 낮춘다. 이와 함께 2021년까지 정원(962명)의 5%(48명)를 줄인다.

연봉도 깎기로 했다. 산은과 수은 모두 올해 임원 연봉을 전년 대비 5% 삭감한다. 지점도 축소한다. 산은은 82개인 지점을 내년 말까지 74개로 줄인다. 수은은 2018년까지 지점·출장소 4개를, 2020년까지 해외사무소 3개를 감축한다. 인력 축소와 연봉 삭감 등을 통해 산은은 351억원을, 수은은 284억원을 절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산은과 수은이 발표한 혁신안 중 상당수는 지난 6월 정부가 이미 발표한 내용이어서 ‘재탕’ 지적도 나온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당초 발표 계획보다 한 달이나 늦어졌음에도 지난번 발표와 사실상 같다”며 “인력 감축 계획도 자연감소분을 감안하면 꼼수”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기업 재취업 전면 금지

두 국책은행은 리스크 관리를 크게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퇴직 임직원이 구조조정 중인 기업에 재취업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구조조정 기업과의 유착관계를 사전에 막겠다는 의도다. 산은의 경우 지난 8월 말 기준 15개 구조조정 기업에 16명의 퇴직 임직원이 재취업했다.

수은은 특정 기업에 과다한 대출을 막기 위해 동일인 여신한도를 기존 60%에서 40%로 줄이기로 했다. 수은의 자기자본 대비 40%가 넘는 금액을 특정 기업에 빌려줄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산은은 지난 6월 말 기준 6.15%에 달하는 부실여신비율을 2020년까지 2.5%로 낮추기로 했다. 수은은 같은 기간 4.34%에서 2%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방대한 규모의 자회사를 보유해 ‘거대 재벌’과 같다는 비판을 받았던 산은은 132개 출자회사 중 95개를 연말까지 매각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나머지 37개는 내년 이후 매각을 추진한다.

혁신안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산업은행에 일부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방안 등을 추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경수 산은 혁신위원장(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은 “외부 민간자본이 산은을 감시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이현일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