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감시 필요 차원서 일부 민간자본 유치 타당성 논의해야"

KDB 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산업은행의 혁신안 도출 논의를 주도해 온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는 "혁신의 대전제는 경제위기나 그에 버금가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한 산은이 더는 정부 재정이나 세금에 기대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31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열린 혁신안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이 원칙에 따라 산은이 앞으로 자금을 조달·운영하는 데 제약이 작용해야 하므로 위험관리와 도덕성 통제가 필요하고, 정부에 자율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자신감을 갖기 위해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발표한 혁신안이 산업은행법의 한계 내에서 이뤄진 만큼 정부의 입김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으나, 산은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혁신안에는 반영되지 않았으나 자본시장 감시를 추가한다는 차원에서 일부 기업공개(IPO)를 통한 민간자본의 참여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다음은 김경수 위원장과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과의 일문일답.

-- 자구노력을 통해 351억원을 절감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 (이대현) 2021년까지 인력 10%를 점진적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거기서 절감되는 비용이 산출됐다.

또 부행장급 부문을 축소하고 사외이사 비중을 늘린다.

급여삭감은 임원이 올해 5% 한다.

전체적으로 인원삭감에서 약 300억원을 절감하고, 경비부문 예산을 내년에 추가 축소운영할 계획이다.

여기에 점포 축소가 내년 말까지 8개다.

그걸 더하면 약 350억 정도 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퇴직임원 재취업도 문제지만 외부를 통한 낙하산도 문제로 거론되는데.
▲ (김경수) 구조조정기업 경영진 후보의 검증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이 있다.

경영진을 추천할 때 후보검증체계를 구축해서 낙하산 논란을 방지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산업은행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 구조조정기업에 대한 인사나 자금지원을 정치인 등 외부에서 요구하는 건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보나.

▲ (이대현) 정치권에서 하는 것에 대해서는 유권해석을 할 위치가 아니다.

국회 요청이 오면 선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기업체의 자금 요청과 관련해서 공식적인 융자상담, 투자상담, 여신상담은 정상적 비즈니스 프로세스다.

정식 절차 안 거치고 편의를 요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판단하기에 오해받을 수 있다고 본다.

(청와대나 금융위 요구는) 아직 그런 상황이 없다.

필요하면 유권해석 받겠다.

-- 출자회사관리위원회의 독립성 강화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 (이대현) 어디까지 어떻게 집행해야 독립적이냐가 모호한 부분이 있다.

위원회에 행내 인원을 줄이고 사외이사를 증원했다는 것은 우리의 의지를 더 보인 것으로 알아주시길 바란다.

좀 더 외부 의견을 수렴하고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차원이다.

혁신안이 산은법 틀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보니, 국회 차원의 야당 추천인사 포함 등은 앞으로 더 큰 문제가 생긴다면 생각해볼 부분이다.

-- 벤처주식을 매각하는 데 치중하다가 오히려 대우건설 등 구조조정 기업은 매각이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 (김경수) 산은 자체적으로 정책목적이란 게 있고, 그 목적을 달성한 기업을 매각하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은 출자회사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본질적인 문제와 관련해 위원회가 내부적으로 생각한 대전제가 있다.

경제위기나 그에 버금가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산은이 더는 정부 재정이나 세금에 기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거기서 도출되는 것이 첫째로 앞으로 산은이 자금조달·운영을 하는 데에는 제약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위험을 직시해야 하므로 위험관리, 도덕성 통제가 필요하다.

둘째가 자체역량 강화다.

연구조사 강화, 정책금융 선진화, 지배구조 등이 그 안에 들어가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플랜A로 가자고 해도 산은이 플랜B로 가자고 말해야 한다.

그러려면 강한 자신감이 있어야 하고 자신감은 역량에서 나온다.

-- 재취업을 전면금지한다고 했는데, 퇴직 후에 조금 쉬다가 심사받아서 가는 것을 모두 막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 (이대현) 낙하산 이슈는 구조조정기업과의 이해 상충 문제다.

그래서 구조조정기업은 재취업을 전면금지한다.

다만 우리도 고민하는 부분인데 아주 드물게 오래전 우리 은행에 근무하다가 퇴직한 사람이 구조조정기업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사전에 모르는 경우가 상당히 있다.

퇴직 후 3년 이내에 그렇게 하는 것은 전면 금지한다.

정부의 재취업 금지도 3년이다.

그것 이상 관여하는 것은 개인 인권의 문제라 관여할 범위를 넘어선다.

또 그냥 출자회사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업의 경우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심사를 통해 허용한다'는 원칙이 적용된다.

이들 기업은 재취업한 인사의 업무범위가 굉장히 한정된다.

이 인사들이 자의성을 갖고 운영하는 게 제한돼 있고, 오히려 은행권 대주단이 정해준 자금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임무이기 때문에 이해 상충 문제가 거의 없다.

대신에 그곳으로 보내는 인사도 엄격한 심사를 거치겠다는 것이다.

-- 신설 조직도 있어 보이는데, 거기서 드는 비용이 나오면 절감 효과가 줄어들지 않나.

▲ (이대현) 임원추천위원회는 필요시 구성하는 것으로 상설조직이 아니라 비용이 크지 않다.

감사위원회도 지배구조법이나 다른 곳의 관행을 보면 사외이사 중심이라 추가적으로 인선 비용 부담 등이 발생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추가적 부담은 제한적이다.

내부조직 가운데 산업분석기능을 강화한다는 것은 조사부, 산업분석부 등 몇몇 부서를 합해서 미래연구소 형태로 재편하고 그 안에 산업분석센터 조직을 만드는 식이다.

기존 조직의 재구성이지 부서가 늘어나는 건 아니다.

-- 대우조선의 경우처럼 정부 입김이 있을 수 있다.

▲ (김경수) 정부 입김 문제는 현행 산은법상 차단하지 못한다.

정부는 주인이고 산은은 대리인이다.

다시 대원칙을 이야기하자면, 산은은 더이상 정부의 손실보전조항에 의존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위험관리를 할 책임이 있다.

다음으로 현행 산은법상 정부와 산은의 관계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좋겠다고 건의했다.

-- 혁신안 발표가 늦어졌다.

그 과정에서 미흡했다고 지적된 지점과 보완한 지점은 어디인가.

▲ (이대현) 혁신안은 외부위원들과 산은의 내부 임직원, 정부 등 세 주체의 의견을 조율한 결과다.

그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어떻게 변했다는 말씀을 드리기는 어렵다.

논의 과정 자체가 생산적이었다고 말씀드린다.

-- 혁신위에서 보기에 덜 반영됐거나 아쉽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 (김경수) 위원회 요구가 부분적으로만 반영됐거나 숙제로 남은 것이 있다.

지배구조의 문제다.

임원추천위에서 모든 경영진을 추천하고 낙하산을 방지하는 등의 내용을 고려했으나 모든 경영진까지는 적용하지 못했다.

또 일부 기업공개(IPO)를 통한 민간자본의 유치를 주장했다.

이건 민영화와는 관계없다.

정부의 감독으로는 불충분하고, 시장 감시가 필요하다고 봐서 IPO를 제안했다.

이 부분은 앞으로 사회적으로 타당성을 논의할 당위성이 있다.

자본시장 규제라는 것이 산은에 추가로 필요하다.

또 외부적 요인을 보자면 산은이 조선업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자금을 투입한 것이 보조금 지급이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보면 국유기업의 국제상업활동을 원천금지하는 내용이 있다.

이게 비준되면 한국은 12개국과 개별협상으로 가입해야 한다.

따라서 일부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것의 타당성을 심각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