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내 도크 23% 축소·인력 32% 감축 추진
대우조선 해양플랜트 축소·조선소 외 부동산 매각
현대重 비조선해양 사업부문 분사…삼성重 1조1천억원 유상증자
민관 공동 R&D 7천500억원 투자…선박서비스 등 신산업 창출


정부가 수주 절벽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건조설비와 인력을 크게 줄인다.

다만 부실규모가 큰 대우조선해양은 당분간 유지하기로 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중심의 '빅2' 체제 개편은 사실상 무산됐다.

정부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제6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2018년까지 조선 3사의 도크 수를 현재 31개에서 24개로 23%가량 줄이고 조선 3사의 직영 인력 규모도 6만2천명에서 4만2천명으로 32% 감축할 방침이다.

부실규모가 큰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해양플랜트 사업을 축소해나가면서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 대형 컨테이너·고급상선은 경쟁력 있어…해양플랜트는 적자 지속 우려
정부는 현재 국내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분석해 경쟁우위, 적자지속, 경쟁열위 등 3분야로 구분했다.

경쟁우위 분야에는 대형 컨테이너, 대형 탱커, LNG선, 액화석유가스(LPG)선 등 대형·고급 상선이 포함됐다.

적자지속 분야에는 해양플랜트가 포함됐다.

건조능력은 우수하지만 설계능력이 취약하고 과당 경쟁에 따른 저가 수주 등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평가했다.

아직 수주 잔량이 상당하고 시추설비 비중이 높아 앞으로도 추가 손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소형 탱커·컨테이너선, 벌커, 해양플래트 지원선, 특수선 등은 경쟁열위로 분류됐다.

경쟁국과 기술격차가 미미하고 원가경쟁력이 부족해 수주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 산업 구조개편…비핵심사업·자산 매각 후 신시장 개척
정부는 유동성 위험을 낮추기 위해 조선사별로 비핵심사업과 비생산자산에 대해 매각, 분사, 유상증자 등의 방안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해양플랜트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수익성 평가를 강화해 과잉·저가 수주를 방지할 계획이다.

우선 현대중공업은 유휴 도크 가동을 중단하고 태양광, 풍력 등 비조선해양 사업 부문 분사를 추진한다.

삼성중공업도 호텔, 선주 숙소 등 비생산자산을 매각하고 1조1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다.

대우조선은 해양플랜트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14개 자회사와 조선소 사업장 외의 모든 부동산을 매각할 계획이다.

2018년까지 5천500명의 직영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다.

각 기업은 사별 자구계획과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조기에 완료하고 정부와 채권단은 이행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실효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아울러 자구계획과 함께 조선사별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핵심역량에 집중하고 유망 신산업을 발굴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선박 연관 융합 서비스업 진출을 모색한다.

조선과 부품유통·서비스를 융합한 애프터마켓 사업, 조선과 정보통신기술(ICT)·물류산업을 융합한 스마트십 시스템 등의 분야를 육성할 방침이다.

해외 조선소 운영 현대화 사업에도 진출하고 해양플랜트 핵심기자재 사업과 LNG 벙커링(LNG 연료추진선 등 선박에 LNG를 공급하는 서비스) 등 신시장도 개척한다.

삼성중공업은 상선 부문을 친환경·고부가 선박 중심으로 전문화한다.

운영정비(O&M), 심해저개발 사업 같은 해양플랜트 서비스 등 여러 사업에 신규 진출할 계획이다.

◇ 대우조선, 상선 위주로 효율화…"중장기적으로 새 주인 찾기"
대우조선은 대형 LNG선, 고효율 메가 컨테이너 등 차세대 신선박 사업에 나선다.

연료전지나 에너지 저감장치 등 차세대 선박추진체계를 개발하고, 첨단 기술과 건조 기술을 활용해 수출 방산사업의 역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빅3 유지 또는 빅2 체제 개편 등 대우조선의 향방에 대해서는 조선사별 체질개선, 경영정상화 정도, 시장 여건 등을 종합 고려해 산은의 대우조선 민영화, M&A 등 산업재편을 추진할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채권단 관리하에 있는 대우조선은 상선 등 경쟁력 있는 부문을 중심으로 효율화할 계획"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주인찾기'를 통해 전문성 있고 능력 있는 대주주 등의 책임경영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서는 전체적인 윤곽만 그렸을 뿐 대우조선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언제, 구조조정을 할지에 대한 세부 플랜은 담지 않은 셈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새 주인을 찾아주겠다며 민영화와 M&A에 대한 여운을 남겼다.

도경환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은 "이번 방안을 만들 때 3사 체제 유지냐, 2사 체제냐, 2강1중이냐는 테마가 아니었다"며 "현재 우리 조선산업의 전체 경쟁력이 어떤지, 어떤 부분을 확대하고 열악한 부분은 어떻게 축소하고 보강할지가 논의가 중점이었다.

(3사 체제) 유지와 폐지는 시장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도 실장은 "대우조선을 민영화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기본 방침"이라며 "다만 그 전에 정상화를 선행해야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경쟁력있는 부분은 강화하고 취약한 부분은 축소하는 등 가장 효율적으로 민영화할 방법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금융위와 산업부 간에 이견이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산업부는 조선산업 전체를 놓고 장점과 약점을 찾아 나섰고 금융위는 기업의 자본상태, 재무구조 차원에서 접근해서 시각차가 조금 있었다"며 "하지만 오늘 방안은 산업부와 금융위의 관점을 종합하고 조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형 조선사는 배종류 특화나 M&A 등을 통해 전략적 경영을 추진한다.

필요하다면 수리전담 사업장 등 하청공장으로의 변화도 모색하게 된다.

◇ 수주 절벽 대응…11조원 규모 250척 선박 발주
아울러 정부는 수주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11조원 규모로 250척 이상의 선박을 발주할 방침이다.

2018년까지 7조5천억원 규모의 공공선박 63척 이상을 조기 발주하고 2020년까지 3조7천억원의 자금을 활용해 75척의 발주를 지원한다.

또 2020년까지 대출 상환기간 연장 등 금융지원을 통해 115척의 신조 발주도 지원하기로 했다.

5년간 민관 공동으로 연구개발(R&D)에 7천500억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6천600명을 양성해 선박산업 고부가가치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대형선종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현재 65% 내외에서 2020년까지 75% 이상으로 확대하고 2020년까지 2천400억원을 투자해 스마트선박 핵심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다.

해양플랜트 기자재 국산화율도 현재 25%에서 2020년까지 40%로 끌어올리기 위해 R&D, 인증, 표준화 등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또 연 1천억달러 규모의 선박 서비스 시장 진출을 통해 조선산업을 고부가 선박사업으로 육성해 나가기로 했다.

사업재편 지원자금 등 2조7천억원을 활용해 3만t 이상 대형 선박 수리가 가능한 조선소를 현재 1개에서 2020년까지 3개 이상으로 확대한다.

해외에서 수리 중인 가스공사 선박 중 올해 수리 물량 20%도 국내로 전환한다.

이렇게 되면 대형선박 수리 자급률이 지난해 1.3%에서 2020년까지 10%로 확대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또 항만운송사업법을 개정해 선박을 이용한 LNG벙커링 사업을 법적으로 허용한다.

정부는 벙커링이 가능한 LNG 인수기지를 2020년까지 3개 이상 확보하기로 했다.

아울러 업계 공동 출자로 내년 상반기 중에 해양플래트 설계 전문회사를 설립하고 설계 전문인력 8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세종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