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두 한국농기계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이 농업 기계화와 농기계 수출 전망 등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농기계사업협동조합 제공
윤여두 한국농기계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이 농업 기계화와 농기계 수출 전망 등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농기계사업협동조합 제공
윤여두 한국농기계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침체된 농기계산업의 돌파구를 밭농사 기계화와 수출에서 찾고 있다. ‘트랙터 박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윤 이사장은 국내 농기계산업의 대표적인 1세대 인물이다. 국제종합기계 연구소장을 거쳐 동양물산 부회장 겸 동양물산 관계사인 지엠티 대표를 맡고 있다. 지엠티는 농기계에 부착해 사용하는 작업기 제조업체다. 윤 이사장은 “지금과는 다른 다변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체된 농기계산업이 살 길은 밭농사 기계화율을 높이고 수출 시장을 확대하는 것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밭농사용 다목적 기계 필요

"밭농사 기계화가 블루오션… 해외 진출도 시급"
한국농기계사업협동조합에 따르면 논농사(수도작) 기계화율은 경운·정지·이앙·수확 등 전 부문에 걸쳐 99% 이상 진행됐다. 농기계 사용이 늘어날 여지가 사실상 거의 없는 셈이다. 윤 이사장은 아직 기계화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밭농사 부문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계화율이 특히 저조한 파종·이식·수확 부문을 중심으로 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밭농사 기계화율은 경운·정지·방제 작업(95% 이상)을 제외한 파종·이식(4%), 비닐피복(64%), 수확(14%) 등에서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채소·과수·시설작물 등 밭농사 경작 면적은 77만ha로 논농사 경작 면적(96만ha)의 80% 수준이다.

윤 이사장은 “논 경작 면적에 육박하는 밭농사 지역이 농기계 잠재 시장이 될 수 있다”며 “과거에는 기계기술 부족으로 밭농사와 관련한 장비의 설계·제작이 불가능해 기계화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농기계업체들도 고추수확기 등 소단위 경작지가 많은 밭농사 지역에서 쓸 수 있는 다목적 농기계를 개발하고 있다.

◆수출로 돌파구 찾는다

윤 이사장은 농기계업체들의 수출 확대를 위해 업체 간 정보 네트워크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국내 농기계업체들이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고 수출 지역 내 수요에 최적화한 맞춤형 농기계 연구개발(R&D)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국내 농기계업체들의 수출 규모는 8억9100만달러(약 1조180억원)로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수출 물량 중 절반 이상이 트랙터에 집중돼 있다. 윤 이사장은 “한국 농기계업체들의 미국 내 100마력 이하 트랙터 시장 점유율은 2~3% 수준으로 일본 구보다(점유율 50%)에 크게 뒤처져 있다”며 “고성능 농기계로 경쟁하는 것보다 지역별·농가별 수요에 맞춘 틈새시장 공략이 유효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중고 농기계 유통 활성화 필요

한국농기계사업협동조합은 영세한 농가에 대한 기계화 사업 지원과 중고 농기계 유통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윤 이사장은 “중소업체나 농가에서 보유한 중고 농기계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구매·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영세한 농가들이 고가 농기계를 개별 구매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역 단위를 중심으로 한 농기계 공동구매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기계화율이 낮은 밭농사에서 농기계 보급을 늘리기 위해선 정책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