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은행 48조원 규모…현대중공업은 20% 이상 감축

부실 덩어리로 전락한 조선·해운업에 대한 은행권의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이 8개월 만에 1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부실여신으로 거액의 손실을 본 은행권이 조선·해운에 대한 여신을 깐깐히 들여다보고,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자제하면서다.

30일 각 은행과 한국기업데이터에 따르면 산업·수출입·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기업 등 국내 8개 은행의 조선·해운업 익스포저는 8월 말 기준 48조3천699억원이다.

이는 작년 53조9천328억원에 견줘 5조5천659억원(10.3%) 줄어든 것이다.

조선·해운업체 익스포저 기준은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5개사다.

회사별로는 현대중공업에 대한 익스포저가 가장 많이 줄었다.

작년 말 16조1천538억원에서 8월 말 12조7천803억원으로 3조3천735억원(20.9%) 감소했다.

조선·해운사 5개 업체 익스포저 감소분의 60.6%에 달한다.

한 시중은행의 여신 담당 관계자는 "RG 회수가 늘어나고 신규 RG 발행은 줄어들면서 익스포저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실행하면서 시장에서 건전성이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주가도 올 초(8만5천500원)에 견줘 이날 현재 70.2%(14만5천500원) 올랐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주요 은행의 익스포저는 같은 기간 23조152억원에서 21조7천847억원으로 1조2천305억원(5.34%), 삼성중공업에 대한 익스포저는 12조7천491억원에서 12조4천214억원으로 3천277억원(2.57%)이 각각 줄었다.

지난 8월 말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은 1조70억원에서 1조60억원으로 익스포저가 거의 줄지 않았다.

반면 채권단과의 채무 재조정에 성공한 현대상선은 1조74억원에서 3천773억원으로 6천301억원(62.5%) 감소했다.

은행별로는 수출입은행이 25조4천728억원에서 22조7천772억원으로 2조6천956억원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올해 부실여신을 대거 털어낸 농협은행의 감소 규모가 1조1천932억원으로 수출입은행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도 모두 5천억원대가 감소했다.

그러나 익스포저 규모가 수출입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산업은행은 작년 말 10조4천694억원에서 올해 8월 11조3천277억원으로 오히려 8천583억원 늘었다.

기업은행도 소폭이지만 같은 기간 1천167억원 증가했다.

익스포저는 잔액을 기준으로 수출입은행(22조7천억원), 산업은행(11조3천억원), KEB하나은행(3조4천억원), 우리은행(3조원), 농협은행(2조7천억원), 신한은행(2조2천억원), KB국민은행(1조7천억원), 기업은행(1조원) 순으로 많다.

조선·해운에 대한 익스포저가 8개월 만에 기업별로 많게는 20% 넘게 줄어든 이유는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신규 RG 발급을 최대한 자제하며 리스크 조절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조선사들은 수개월 동안 RG 발급을 못 받아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 초 그리스 선주(船主)로부터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을 수주했지만 한 달 반 넘게 RG 발급을 받지 못했다.

만기여신도 꼼꼼히 들여다봤다.

통상 만기를 1년간 연장해줬으나 이를 3개월 단위로 꼼꼼히 체크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산업은행 등은 삼성중공업에 대한 만기를 대거 축소하기도 했다.

신용등급도 재조정해 충당금을 적립했다.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 여신등급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한 단계 내렸다.

은행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저금리로 순이자마진이 줄고 있는 상태에서 기업 여신은 한 번 부실이 터지면 그 여파가 매우 크다"며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