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당 과징금 부과액 2013년 3억2천만원→올해 6천100만원
국회 예정처 "금감원 조사·검사 미흡했는지 분석해야"


금융감독원의 금융회사 제재와 과징금 부과 건수가 급감하고 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의 보신주의를 부추길 수 있는 기존 검사·감독 관행을 바꿨기에 제재 건수가 줄었다고 설명하지만, 금감원의 '칼날'이 무뎌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감원의 금융기관 제재 건수는 20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1.5%(33건) 감소했다.

임직원에 대한 감봉·견책 등 신분상 제재는 213건으로 59.4%(312건) 줄었다.

이와 함께 과징금 부과액도 급격히 줄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에서 2014년 207억4천700만원, 작년엔 119억1천400만원의 과징금을 수납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수납액은 20억5천100만원이었다.

과징금은 부당이득 환수 성격을 갖는 금전 제재다.

금감원이 위법 행위를 조사·검사해 그 결과를 금융위에 올리면 금융위나 증권선물위원회가 과징금 부과를 의결한 뒤 받아낸다.

과징금 감소세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올해는 카드사 정보유출, 동양 사태 등 대형 금융 사건이 터지지 않아 대기업에 대한 대규모 과징금 부과가 줄었고, 과징금 수납액이 전체적으로 감소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제재 건당 과징금 부과액 평균도 2013년 3억2천300만원에서 2013년 2억6천700만원, 작년 1억4천800만원, 올해 6천100만원으로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다.

금감원이 지난해 '금융감독 쇄신 및 운영 방향'을 발표하며 16년간 이어져 온 금융감독 관행에 일대 변화를 준 것도 금융사 제재 건수가 줄어드는 데 영향을 줬다.

금감원은 기존의 금융회사 검사·감독 관행이 '당장 지적 사항만 피하고 보자'는 식의 보신주의적 행태로 이어졌다는 분석에 따라 금융회사들의 경영 상황을 진단한 뒤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하는 '컨설팅 검사'에 주력하고 있다.

경미한 위반 행위는 금융회사들이 자율적으로 처리하도록 했다.

경영 유의·개선조치 등을 내리는 컨설팅 검사 실적은 상반기 1천387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1천73건)보다 29.2%(314건) 증가했다.

이렇게 되자 금융감독 당국의 존재감이 약해졌다거나 검사 강도가 약해 금융시장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7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과징금 감소세를 지적하며 "금감원의 조사·검사 기능이 미흡했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금감원은 금융 관련 법령 위반 행위 중 일부만 조사·검사하기 때문에 검사 대상을 확대하거나 강도를 강화하는 노력을 통해 성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올해 들어 대형 금융사고는 없었지만, 금융사들이 수수료·대출금리 인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수익성 악화를 전가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사회 초년생이 통장 만들기도 어려워지는 등 소비자 불편이 커졌기 때문에 금감원이 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변화'를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처럼 금융 관련 규제가 많은 나라가 없다"며 "불특정 다수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금융사고를 막기 위한 제재·감독은 약해지면 안 되겠지만 사소한 법 위반의 경우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금융업 발전을 위해 나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김동성 금감원 감독총괄국장은 "금융사들의 법 위반 시 금전 제재를 강화하기 위한 하부 규정 손질 작업을 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법제화를 마칠 계획이며, 위중한 법 위반 사안이 발견된다면 법제화 이전에라도 금전 제재 수위를 강화하려 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