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리다매' 가계대출로 이자이익 증가…내년엔 제동 걸릴 듯
'1조원' 비용 다이어트에 기댄 호실적


유례없는 저금리 속에서도 시중은행들이 3분기에 일제히 '깜짝 실적'을 올리면서 주가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실적을 꼼꼼히 따져보면 은행들의 영업 능력이 좋아졌다기보다는 가계대출 증가와 기저 효과 등에 따른 호실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익의 질은 그다지 좋지 않다는 뜻이다.

◇ 가계대출 '박리다매'로 늘어난 이자이익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KEB하나 등 4대 은행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개별 재무제표 기준)은 4조5천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3조3천억원)보다 36.4%나 증가했다.

국내 은행 수익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이자이익은 3분기 12조8천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천억원(2.4%) 늘었다.

올해 1∼9월 이자이익 증가는 부동산시장 호황 덕분이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일종의 '박리다매' 효과가 나타났다.

이 기간 은행들의 평균 대출금리는 연 3.05%(2015년 9월)에서 2.91%(2016년 9월)로 떨어졌다.

그러나 전체 대출채권 규모가 4.4% 늘어나면서 전체적으로는 이자수익이 늘었다.

시중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명목으로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올렸지만, 이는 이자이익 증가의 주요한 원인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신규 대출에 적용되는 가산금리 상승분이 은행 수익으로 나타나려면 1년 정도가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가산금리를 0.36%포인트 올렸고 신한은행은 0.13%포인트 인상했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가산금리를 각각 0.11%포인트, 0.08%포인트 올렸다.

은행들은 비(非)이자수익 확대를 통한 수익 다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3분기 4대 은행의 비이자이익은 3조2천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천억원(6.7%) 증가했다.

이익 증가분의 대부분이 '환율 효과'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원화로 환산한 외화 자산 가치가 올라가면서 외환파생 관련 이익(9천억원)이 7천억원이나 증가했다.

특히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환율 효과를 크게 봤지만, 이런 이익은 원/달러 환율 변동에 취약하다.

반면 수수료 이익은 2조2천억원으로 1천억원 줄었고, 유가증권 이익은 1조2천억원으로 1천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 "가계대출에 의한 이익 성장세 내년엔 어려워"
올해 3분기 4대 은행의 누적 이자·비이자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천억원 늘어난 가운데 판관비와 대손 비용은 1조원 줄었다.

'비용 다이어트'가 실적 호조에 더 많은 기여를 한 셈이다.

4대 은행의 3분기 판관비는 8조6천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9조1천억원)보다 5천억원 줄었다.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은 지난해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퇴직금 지급 등을 위한 판관비를 상당량 지출했다.

올해는 희망퇴직 규모가 작년보다 크게 줄어 판관비가 굳은 측면이 있다.

지난해 은행들이 STX조선해양 등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미리 쌓아둔 덕에 3분기 대손 비용은 2조1천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천억원 줄었다.

은행들은 보통 4분기에 대손 비용을 많이 쌓는 경향이 있어 3분기의 '비용 다이어트' 효과가 4분기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계속해서 호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많다.

지난 26일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하반기 금융업 전망 세미나에서 김진홍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은행이 올해 집단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자산을 확장한 측면이 없지 않다"며 "이런 자산 증가는 지속적으로 영위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은행 수익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이자수익을 차별화하기 어렵다면 비이자수익에서 차별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경모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도 "내년에는 가계대출에 의한 은행들의 이익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며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통해 이자수익 기반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의 수익성과 성장성은 내년에도 올해 정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조선·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손충당금이 얼마나 발생하는지에 따라 은행들의 실적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