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치 '0'에 가까워…국내 중견선사·해외선사 움직임 없어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의 미주노선 매각 예비입찰 마감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현대상선이 유일하게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유창근 사장이 이날 미주·구주 지역 전략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면 내부 절차를 마무리하고 한진해운 자산에 대한 인수의향서를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이는 예비입찰에 뛰어드는 것으로, 실사 기간에 한진해운 미주노선 인수가 경쟁력 강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따져보고 본입찰 참여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진해운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미주노선 물류 시스템과 해외 자회사 7곳, 컨테이너선 5척, 관련 인력 등에 대한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법원은 28일 오후 3시까지 인수의향서를 받은 뒤 예비실사(31일∼다음 달 4일)를 거쳐 다음 달 7일 본입찰을 한다.

당초 업계에서는 국내 중견 선사인 고려해운, 장금상선, 흥아해운 등 3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 참여를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아시아 역내에서 주로 영업해온 이들 선사가 미주노선을 인수하면 사업 분야를 다각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인수에 쓸 자금 여력이 없는 데다 사실상 미주노선이 매물로서 가치가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되면서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머스크, MSC 등 대형 글로벌 해운사들 역시 미주노선을 흡수해 덩치를 키우려고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예상이 있었으나 매물 가치가 낮다는 점에서 아직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현대상선 역시 내부적으로는 한진해운의 미주노선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지만 구체적인 매각자산 목록을 보면 그나마 '괜찮은' 물건이 있을 수 있다는 것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해운업의 경쟁력 약화를 막기 위해 한진해운의 자산을 국적 선사가 인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고 정부 역시 이런 방향으로 매각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현대상선이 어쩔 수 없이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정관리 후 두 달간 한진해운의 미주노선 영업이 '올스톱'되면서 가치가 제로(0)에 가까워졌다"며 "정말 이 자산을 살리려고 했다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 매각에 나섰어야 했는데 적정한 때를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진해운이 매각을 준비 중인 미국 롱비치터미널도 현대상선이 가져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대 주주인 MSC가 롱비치터미널의 지분 46%와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터미널이 미 서부지역 물동량의 30% 이상을 처리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자산가치가 높아 최종 입찰가를 수용할 확률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br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