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업종별 주요기업 실적, 건설·철강 '호호'…항공업계도 '활짝'
구조조정 중인 조선업계는 불황형 흑자


산업팀 =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빅2'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나란히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두 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가까이 급락한 것이다.

갤럭시노트 7 글로벌 리콜과 단종 사태를 겪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9.7% 빠진 5조2천억원을 기록했다.

노조 파업으로 3조원대 생산 차질을 빚은 현대차의 영업이익도 29.0% 줄어든 1조681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사이에 줄어든 두 기업의 영업이익 규모를 합치면 2조6천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철강과 건설, 항공업계는 3분기에 호실적으로 활짝 웃었다.

특히 포스코는 강력한 구조조정 드라이브 속에서 4년 만에 분기별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복귀하는 성과를 올렸다.

건설업계는 국내 주택시장의 활황 등에 힘입어 대체로 무난한 성적을 냈고, 항공업계는 저유가 덕분에 사상 최대의 호실적을 나타냈다.

정유업계도 작년보다 개선된 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현대중공업 등 강력한 구조조정에 들어간 조선 '빅3'는 3분기에 모두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고, 네이버는 사상 처음으로 분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 전자·반도체·디스플레이
전자·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 7 단종 사태의 여파로 스마트폰 부문의 영업이익이 역대 최악인 1천억원대로 곤두박질친 반면,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는 주력제품인 D램과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 상승에 힘입어 직전분기 대비 실적 반등을 이뤄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이 5조2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7%, 전 분기 대비 36.2% 감소했다고 27일 밝혔다.

매출도 47조8천20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전 분기 대비 각각 7.5%, 6.1% 줄었다
매출은 6분기 만에, 영업이익은 8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 반도체에서 3조3천억원대, 디스플레이에서 1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려 스마트폰 부진을 다소 만회했다.

LG전자도 성적표가 그다지 좋지 못했다.

3분기 매출(13조2천242억원)은 전년 대비 5.7%, 전 분기 대비 5.6% 줄었고, 영업이익(2천832억원)도 전년 대비 3.7%, 전 분기 대비 51.6% 감소했다.

스마트폰 부문 적자(4천300억원대)가 확대된 탓에 생활가전과 TV 부문에서 힘을 냈지만 역부족이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매출액 4조2천436억원, 영업이익 7천260억원으로 전 분기에 비해 각각 7.7%, 60.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증권사 전망치(6천700억원대)를 훌쩍 상회했다.

D램 최신 테크인 20나노 초반급 제품 확대로 원가는 줄이고 판매는 늘렸다.

LG디스플레이도 영업이익 3천232억원으로 18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우호적인 판가(패널 가격) 상승세와 함께 UHD(초고해상도), IPS(인플레인스위칭) 등 차별화 제품에 주력한 덕분이다.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이 628%나 됐다.

◇ 자동차
한국 자동차업계를 대표하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3분기에 나란히 저조한 성적을 냈다.

장기화한 신흥국 경기침체와 선진국 시장의 성장 둔화 등으로 글로벌 경영환경이 악화한 데다 국내에서는 노조 파업으로 막대한 규모의 생산차질이 발생하는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29.0% 줄어든 1조68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이 의무화된 2010년 이후 전 분기를 통틀어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기아차의 3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22.5% 감소한 5천248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차의 분기별 영업이익은 2012년 2분기에 2조5천372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기아차는 2013년 2분기에 1조1천26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나서 분기별 1조원대 고지를 다시 밟지 못하고 있다.

양사의 수익성도 악화한 것으로 나타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3분기에 영업이익률 4.8%와 4.1%를 각각 기록했다.

5년 전인 2011년(현대차 10.3%, 기아차 8.1%)과 비교하면 반 토막이 난 셈이다.

현대·기아차는 26일과 27일 경영실적 발표회에서 신차 출시 등을 통한 판매 확대와 전사적인 수익성 개선 활동을 전개해 향후 실적이 향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건설
건설업계는 저유가로 급감한 해외 수주 탓에 국내 시장으로 눈을 돌린 건설사들이 주택시장에서 선전하면서 3분기에 무난한 실적을 보였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매출이 2조9천77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는 7.6%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1천530억원으로 전 분기(1천180억원)보다 29.7% 늘었고 수주실적은 6조6천300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주요 프로젝트 등의 준공이 임박하면서 매출은 감소했지만,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순항하면서 이익은 늘었다.

현대건설은 작년 3분기 대비 4.1% 증가한 2천75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은 4조4천641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5.2%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1천356억원으로 16.8% 줄었다.

대림산업은 3분기 영업이익 1천30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92% 증가했고 매출은 2조4천574억원, 당기순이익은 1천91억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각각 2.4%와 50% 늘었다.

GS건설은 작년 3분기보다 245% 늘어난 38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10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 철강
철강업계는 올해 3분기 대체로 우수한 성과를 거두며 활짝 웃었다.

포스코는 연결기준 분기 영업이익이 4년 만에 1조원을 돌파했다.

포스코는 지난 26일 기업설명회에서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7% 오른 1조34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2년 3분기 이후 4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서며 '1조 클럽'에 복귀하는 성과를 올린 것이다.

매출액은 그룹 구조조정에 따른 법인 수 감소로 1년 전보다 8.9% 감소한 12조7천476억원으로 집계됐다.

오는 28일 실적 발표를 앞둔 현대제철도 양호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SK증권은 "현대제철이 연결기준으로 올해 3분기 매출액은 4조86억원, 영업이익은 3천704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제철은 지난 2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4조2천257억원, 영업이익 4천322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 정유
정유업계는 3분기 국제유가의 하락세와 주요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 하락 속에도 전체적으로 작년보다 개선될 실적을 낼 것으로 분석된다.

에쓰오일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이 1천162억원을 기록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이는 작년 3분기(161억원)보다 620.1%나 증가한 것이지만, 증권가 콘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인 2천701억원과 견주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유 부문에서 1천234억원의 손실을 낸 대목이 시장 전망과 가장 크게 어긋난 부분이다.

증권가에서는 410억원 흑자를 점쳤지만 실제로는 큰 폭의 손실이 났다.

다만 윤활기유·석유화학 등 비정유 부문에서 각각 974억원, 1천422억원의 흑자를 내면서 선방한 것이 실적에 버팀목이 됐다.

28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증권가 콘센서스는 4천233억원이다.

정유업계 안팎에서는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의 실적도 콘센서스를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3분기 내내 유가가 하락하면서 정유 부문에선 돈을 벌기가 어려운 구조였다"며 "하지만 비정유 부문에서 선방하면서 전체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항공
항공업계는 여름철 성수기 영향에다 저유가와 낮은 환율에 힘입어 3분기 호실적을 거뒀다.

대한항공은 3분기 4천47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34.9% 증가한 수준이자 역대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다.

매출액은 3조56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7%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4천28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관련 누적 손실을 회계에 반영해 재무 리스크를 털어내는 한편 자본 증가에 따라 부채비율을 기존 1천109%(6월 말 기준)에서 917%까지 낮췄다.

다음달 실적 발표를 앞둔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도 우수한 3분기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작년보다 117.2% 늘어난 1천510억원이다.

제주항공도 전년 동기 대비 84.2% 늘어난 309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 조선업 등 기타 업종
조선 '빅3' 중 맏형인 현대중공업은 올해 3분기에 연결기준으로 3천21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삼성중공업도 27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영업이익 840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증권가는 빅3 중 가장 심각한 경영상 위기를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도 3분기에는 300억~400억원대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 빅3의 플러스 영업이익 실현은 희망퇴직과 설비감축 등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 절감에 힘입은 '불황형 흑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네이버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작년 동기보다 20.5% 늘어난 1조13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네이버의 분기매출이 1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7.6% 증가한 2천823억원, 당기순이익은 69.5% 증가한 1천98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서울=연합뉴스)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