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發)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문어발처럼 핵심기업과 시설을 사들이는 ‘차이나머니’에 대한 경계심이 커진 탓에 불발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투자은행 그리슨스픽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7월부터 약 16개월 동안 중국이 인수 대상자와 합의한 M&A 가운데 정부 등의 반대로 11건(14%)이 무산됐다고 전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389억달러(약 44조원)어치다. 게다가 24일 이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중국 켐차이나(중국화공)의 스위스 종자기업 신젠타 인수 건(약 50조원)과 중국 푸젠그랜드칩투자펀드(FGC)의 독일 반도체회사 아익스트론 인수(약 8270억원) 시도도 위기에 처하게 됐다.

켐차이나는 유럽연합(EU)이 요구한 독점 우려 해소 계획을 지난주까지 제출하지 못했다. 당초 28일까지 승인 예정이던 심사가 지연되면서 신젠타 주가가 이날 한때 9%나 떨어졌다. 독일 정부도 최근 로봇회사 쿠카가 독일 가전회사 메이디에 인수되는 등 핵심기업들이 잇달아 팔리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자 아익스트론 인수 승인을 일단 취소했다.

지난주에는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샌디에이고의 호텔 델코로나도를 중국 안방보험에 10억달러에 팔려다가 취소했다. 호텔 인근 해군기지 때문에 안보 문제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탓이다. 호주 정부도 지난 4월과 8월 각각 중국 국영기업과 국부펀드가 살 예정이던 10만㎢ 면적의 초대형 목장과 전력회사 M&A 건을 무산시켰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민감한 해외 직접투자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