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항선박 격감해 일감 줄어…"규모 줄여서라도 한진 살리고 다른 선사가 빈자리 채워야"

부산의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 가운데 하나인 항만서비스산업이 유례없는 한파를 걱정하고 있다.

고속성장을 거듭하다가 대형 국적선사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사태로 기항 선박이 격감하는 사태를 맞은 관련 업계는 "올겨울 한파가 유례없이 거셀 것 같아서 어떻게 견뎌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라며 한숨짓고 있다.

법정관리 개시 전에 한진해운은 매주 21회 부산항에 선박을 기항시켜 20피트 기준으로 연간 185만개의 컨테이너를 세계각지로 실어날랐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9월 이후에는 대부분의 선박이 목적지로 가지 못하고 발이 묶였고, 싣고 있던 컨테이너는 부산항 등지에 내렸다.

빌린 선박들은 화물을 내리고는 줄줄이 선주에게 되돌아가고 있다.

9월부터 현재까지 부산항에 입항한 한진해운 선박은 40여척에 불과하다.

예전의 4분의 1 수준이다.

7척 정도가 11월 말까지 컨테이너를 내리고 나면 부산항에서 한진해운 선박을 찾아보기 어려워진다.

한진해운 선박들이 떠난 자리는 메워지지 않아 부산항으로서는 기항 선박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지금까지 부산에 정기적으로 기항하는 새로운 서비스 노선을 신설한 선사는 현대상선과 2M 해운동맹(머스크·MSC)뿐이다.

그것도 주당 1회에 불과하다.

주당 19척의 기항선박이 줄어드는 셈이다.

한진해운이 부산항에 기항시키던 컨테이너선은 20피트짜리 6천500개 이상을 싣는 대형선들이다.

1만개 이상을 싣는 배만 19척에 달했다.

기항 선박이 줄면 입항부터 접안해 부두에 화물을 내리고 실을 때까지 수반되는 도선, 예선, 줄잡이, 화물고박, 검수·검증, 급유선, 선용품공급 등 많은 서비스업종의 일감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컨테이너 1만개를 싣는 선박이 부산항에서 5천100여개를 내리고 2천400여개를 싣는다면 총 3억7천여만원의 비용이 든다.

항만공사에 내는 선박입항료·접안료·화물입항료가 3천만원가량이고, 터미널 운영사에 지급하는 하역료가 1억4천만원이다.

나머지 2억원가량은 항만 서비스업체들의 몫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연간 부산항에서 지출하는 도선료가 40억원, 예선료가 8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김영득 항만산업협회 회장은 "이미 상당수 업체의 매출이 20~30% 감소했고, 앞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대부분 영세업체인데다 인건비 비중이 큰 산업의 특성상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항만서비스 산업이 어려움에 처하면 결과적으로 부산항의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준다"며 "규모를 줄여서라도 한진해운이 생존하고, 다른 선사들이 나머지 빈자리를 하루빨리 채우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한진해운 선박이 떠난 자리가 쉽게 채워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신규 노선을 개설한 선사가 2곳뿐이고, CKYHE 해운동맹 소속 일부 선사가 한시적으로 대체선박을 투입해 한진해운이 목적지로 수송하지 못하고 부산항에 내려놓은 환적화물을 처리했을 뿐 정기노선으로 전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부산항에 기항하는 다른 선사들이 선박의 남는 공간에 한진해운 화물을 대부분 흡수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현상은 적어도 글로벌 선사들이 새로운 해운동맹을 출범하는 내년 4월 전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업계와 부산항만공사 등은 보고 있다.

올겨울에 한진해운 사태로 빚어진 유례없는 일감 감소로 인한 한파를 고스란히 맞아야 하는 시련에 맞닥뜨린 것이다.

업계는 한진해운이 해운동맹에서 퇴출됨으로써 부산항의 환적화물이 중국 등지로 이탈해 외국 선박들의 기항마저 줄어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항만관련 연구기관의 관계자는 "한진해운 덕분에 베트남 등 동남아지역의 많은 화물이 부산항에서 환적됐는데 이를 붙잡지 못하면 기항선박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lyh950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