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퍼스트 시대를 열겠다.”

자율주행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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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겸 라인 회장은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발자 콘퍼런스인 ‘데뷰(DEVIEW) 2016’ 행사를 열고 이같이 선언했다. 네이버의 연구개발(R&D) 조직인 네이버랩스가 매년 열어온 이 행사에 이례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 의장은 송창현 최고기술책임자(CTO)의 기조연설에 앞서 무대에 올랐다.

그는 “(과거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서비스를 내세운 기업들이 힘을 얻었다면 앞으로는 인공지능 데이터분석 등 기술들이 실생활에 들어오면서 기술 경쟁이 한층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네이버도 회사를 창업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인력의 절반 이상은 기술자로 채워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지켜왔다”며 “라인 상장도 본격적으로 해외 기술에 투자하기 위한 자금 조달의 목적이 컸고, 정말 좋은 기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네이버·라인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형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도 "AI 퍼스트"…음성비서·로봇 곧 상용화
이 의장은 향후 미국과 유럽에 머물며 해외 신사업 발굴에 주력할 예정이며, 이사회 의장직도 내년 3월 주주총회 때까지만 맡기로 했다.

이 의장에 이어 연단에 선 송 CTO는 네이버의 첫 인공지능 대화 시스템인 ‘아미카(AMICA)’를 공개했다. 아미카는 네이버가 그동안 축적해온 딥러닝(인간의 신경망을 닮은 기계학습 기술), 음성인식, 음성합성 연구의 결과물이다. 사람의 음성이나 문자 언어로 컴퓨터와 의사소통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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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홈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 각종 스마트 기기에 탑재돼 사용자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가전기기 제어, 정보 검색, 일정 확인, 식당 예약 등과 같은 명령을 처리한다. 애플 시리,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 SK텔레콤 누구 등 기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선보인 가상 비서와 비슷하다. 네이버는 이들 기업과 마찬가지로 아미카를 기존 서비스나 앱(응용프로그램) 등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자용 오픈 플랫폼(API)으로 개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 아틱(사물인터넷 플랫폼), 배달의민족(음식배달 앱), SPC(제과 식품), GS숍(종합쇼핑몰), 야놀자(모텔 예약), 호텔나우(호텔 예약) 등을 협력 파트너로 확보했다.

M1
M1
송 CTO는 아미카가 탑재된 자체 웹브라우저인 ‘웨일’과 3차원 실내 지도를 자동으로 촬영, 생성하는 로봇인 ‘M1’, 미국 도로안전교통국 기준 ‘레벨3’까지 진화한 자율주행차 기술 등을 선보였다.

네이버는 점차 치열해지는 글로벌 기술 경쟁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네이버랩스를 내년 초 분사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랩스를 이끌고 있는 송 CTO가 신설 법인의 대표이사 및 네이버 CTO를 겸직할 예정이다. 모회사인 네이버가 100% 지분을 보유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랩스 조직에 건강한 긴장감을 불어넣고 의사결정 단계를 축소함으로써 적기 대응할 수 있도록 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