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주요 정책금리를 모두 동결했다. 적극적으로 시장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 프로그램도 기존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ECB는 20일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시중은행이 ECB에 돈을 맡길 때 받는 예치금 금리는 연 -0.40%, 은행들이 ECB에서 대출받을 때 적용받는 한계대출금리는 연 0.25%로 변화를 주지 않았다.

매달 800억유로(약 90조2400억원) 규모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도 내년 3월까지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필요하면 양적완화 정책의 지속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도 고수했다. ECB는 지난 3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하와 자산 매입 프로그램 확대 등 대규모 부양 조치를 쏟아낸 뒤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양적완화 규모의 점진적 축소를 뜻하는 ‘테이퍼링’ 이슈와 관련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채권 매입을 급격하게 종결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시장을 안심시켰다.

양적완화 정책의 변화 여부는 12월에 결정될 것이란 점도 시사했다. 드라기 총재는 “ECB가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12월 정례회의에서는 그 결과를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필요 시 ECB에 위임된 책무 범위 내에서 허용된 모든 수단을 쓸 태세가 돼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양적완화 조정을 예상하는 전문가들 역시 이 같은 결정이 12월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