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사옥. (사진=한경DB)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사옥. (사진=한경DB)
[ 김정훈 기자 ] 현대자동차의 연말인사를 앞두고 산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달 들어 정몽구 회장이 주요 간부급 임원을 전격 교체하는 등 수시 인사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2016년 정기 인사를 두 달여 남겨놓은 시점에서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도 임원급 인사에 대한 무성한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12월 말 단행하는 정기 인사에서 세타2 엔진에서 촉발된 품질 논란 등이 연말 임원급 인사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세타2 엔진의 리콜 이슈, 파업 손실 등 생산·품질 문제가 제기되면서 관련 부서 핵심 임원들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지난 3년간 연말 정기인사에서 향후 기술 경쟁력과 직결되는 연구개발(R&D) 부문에서 가장 많은 승진자를 배출했다. 올해도 전기차, 수소차 등의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기술력 확보를 위해 R&D 부서의 승진 인력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품질 부문을 강화하는 인사 카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가 '품질 경영' 기조를 최우선 정책으로 꾸준하게 추진해 온 점을 감안하면 해당 부서의 조직 쇄신이 불가피하다.

특히 내부 고발자(김모 부장) 사태를 계기로 회사 기술 정보가 담겨 있는 비밀 자료의 보안 관리에 허점을 보였다는 점에서 대대적인 문책성 인사가 예상된다.

여기에 현대·기아차 주요 모델에 장착되는 가솔린 직분사 방식의 주력 파워트레인에서 품질 논란 등의 문제가 불거진 탓에 관련 부서 책임을 묻는 인사 조차가 단행될 수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인 현대차가 사내 보완, 품질 관리 등에 허점이 노출됐다는 점에서 연말 문책성 인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달 초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중국법인 총책임자 교체에 이어 지난주 국내영업본부장도 바꾸는 등 주요 사업군의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현대차 해외영업을 총괄하던 장원신 부사장이 베이징현대 총경리로 보직을 옮겼고, 곽진 부사장이 맡던 국내영업본부장은 워싱턴사무소장을 지낸 이광국 전무가 부사장 승진과 함께 맡게 됐다.

이는 평소 수시인사로 그룹내 긴장을 불어넣는 정몽구 회장의 인사 방식이 그대로 반영된 것. 이 때문에 일각에선 아직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기아차도 11월 중 고위 임원급의 수시 인사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대차는 또 올해 글로벌 판매량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8년 만에 역성장이 예상되면서 각 지역별 판매담당부서 임원들도 대대적인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근 여러 악재들이 겹치면서 외부에서 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얘기지만, 현재로선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은 전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