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4000㎞.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최근 3개월간 6개 국가 생산현장을 오간 거리다. 지구(약 4만㎞)를 한 바퀴 넘게 돈 셈이다. 정 회장은 ‘글로벌 강행군’을 통해 해외 공장의 생산·판매 전략을 점검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을 눈으로 확인하고 이를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앞줄 왼쪽 첫 번째)이 양웅철 연구개발총괄 부회장(두 번째) 등과 함께 지난 18일 중국 창저우 공장 준공식 후 공장을 둘러보며 자동차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앞줄 왼쪽 첫 번째)이 양웅철 연구개발총괄 부회장(두 번째) 등과 함께 지난 18일 중국 창저우 공장 준공식 후 공장을 둘러보며 자동차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정 회장의 강행군은 지난 8월 유럽에서 시작됐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영향 등으로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유럽 시장을 둘러보고 전략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에 이어 기아자동차 슬로바키아 공장, 현대차 체코 공장을 잇따라 돌았다. 생산라인을 직접 돌며 자동차 품질을 꼼꼼히 살폈다. 그는 “해외 사업장의 수익성 창출을 바탕으로 연구개발과 브랜드 제고 등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적극 활용해 회사 전체가 지속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에는 미국과 멕시코로 향했다.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미국 판매법인 등을 둘러보고 미국 자동차 시장을 점검했다. 미국 현지에 선보인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G80과 G90(국내명 EQ900)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현장을 둘러보고 판매를 독려했다.

이어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페스케리아시에서 열린 기아차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현대차그룹은) 지금까지 쌓은 높은 수준의 품질 경험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자동차 명문(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추진해온 품질 경영으로 자신감을 얻은 만큼 프리미엄 브랜드를 뛰어넘는 명품 메이커로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멕시코 공장은 중국 유럽 미국에 이어 건설한 기아차의 네 번째 해외 공장이다.

이달 17일엔 중국 허베이성 창저우시에서 열린 현대차 4공장 준공식도 챙겼다. 정 회장은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새로운 도약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연간 30만대를 생산하는 창저우 공장 가동으로 중국에서 연간 151만대 생산능력을 갖췄다.

정 회장은 특히 중국에서 이른바 ‘관시 경영’에도 공을 들였다. 자오커즈 중국 허베이성 서기 등 고위 관료들과 따로 면담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최고 품질로 최고의 상품을 생산해 소비자를 만족시키겠다”며 “이것이 기업의 당연한 책임이고 현대차의 경영 이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글로벌 현장 경영에 집중하는 것은 세계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자동차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올 들어 9월까지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8% 줄어든 562만대에 그쳤다. 경기침체와 노조 파업 등의 여파 탓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1999년 미국 판매량이 하락하자 정 회장이 ‘2년·2만4000마일 보증’이 일반적이던 당시 ‘10년·10만마일’ 보증 정책을 내놓으면서 위기를 극복했다”며 “위기 때마다 글로벌 현장을 누비며 해법을 찾는 게 정 회장의 경영 철학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