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럭스나인 사장이 라텍스를 위생적으로 생산하는 설계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김인호 럭스나인 사장이 라텍스를 위생적으로 생산하는 설계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천연 라텍스 매트리스와 토퍼, 베개 등을 제조하는 럭스나인의 김인호 사장(56)은 창업 5년 만에 세 번째 공장을 물색 중이다. 내년에 경기 김포시에 부지 2만㎡ 정도를 마련해 연면적 6600㎡의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2011년 창업해 연면적 800㎡짜리 임차공장에서 시작한 그는 2014년 공장을 3000㎡로 확대했다. 아직 임차공장이지만 이제는 자가공장을 건설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경기 침체로 중소기업 공장 가동률이 70% 선에 머물고 구조조정에 나서는 업체도 많지만 이 회사는 반대다. 최근 2년 새 직원을 거의 두 배로 늘렸다. 매출도 2013년 43억원에서 지난해 74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92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3년 새 기업 규모가 두 배로 성장한 셈이다.

럭스나인 "코스트코도 반한 고품질 라텍스 매트리스"
성장가도를 달리는 비결은 김 사장의 ‘신뢰경영’이다. 그는 ‘신뢰는 우리의 DNA’라는 슬로건을 회사에 붙여놨다. 그가 말하는 신뢰는 ‘진정성을 기반으로 제품을 연구개발하고 우리 가족이 쓰는 매트리스를 만들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품질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좋은 제품은 좋은 재료에서 나온다.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라텍스 산지를 샅샅이 훑었다. 주거래처인 코스트코가 럭스나인 라텍스의 성공 사례를 해외에 알릴 정도로 제품 인기가 높지만 가격 인상 없이 자발적으로 라텍스 토퍼(라텍스로 만든 침대나 방바닥에 까는 요) 두께를 10% 이상 늘렸다. 김 사장은 “비용이 그만큼 더 들어가지만 소비자는 훨씬 편안해졌다”며 품질 향상에 최우선을 뒀다.

품질관리도 엄격하다. 까다로운 유럽 품질검사기관에서 인체 및 환경 유해성 검사를 통과한 제품만을 생산한다. 라텍스 매트리스와 토퍼, 베개에 모두 방수 패드나 커버를 넣었다. 김 사장은 “베개에 땀이 차면 안에 세균이 서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원자재를 규격 미달로 반품하기도 했다. 해당 업체는 “글로벌 가구업체도 문제 삼지 않는데 왜 반품하느냐”며 볼멘소리를 했지만 “품질엔 타협이 없다”며 일부 자재를 돌려보냈다.

글로벌 기업 근무 경험은 창업과 기업경영에 큰 힘이 됐다. 김 사장은 유니레버, 닐슨, 씰리 등 글로벌 기업을 거쳐 51세에 창업했다. 닐슨코리아 근무 시절에는 임원에게 “우리 회사 조직이 조금 느슨하지 않느냐”며 “스태프들이 업무를 바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새 영역에 도전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침대업체인 씰리침대 한국법인에서 16년간 사장을 지내며 매트리스 비즈니스도 익혔다.

그는 매트리스만 취급하던 씰리 본사에 수년 동안 줄기차게 요구해 씰리가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프레임(목재로 된 뼈대 부분)까지 사업화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소비자가 매트리스와 프레임이 한꺼번에 있는 일체형 제품을 원하는데 본사 방침만을 따를 순 없었다”며 “시장과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창업할 때도 근무하던 기업과의 신뢰를 지켰다. 스프링 매트리스 중심인 씰리침대와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라텍스 매트리스 전문회사를 설립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