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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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자산배분 공식이 ‘위험자산 비중 확대’로 바뀌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계기로 지난 10년간 이어져온 ‘채권의 전성시대’가 저물고 ‘주식’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발 빠른 투자자는 이미 내년도를 겨냥, 포트폴리오 조정(리밸런싱)에 나선 상태다.

“신흥 아시아 비중 늘려라”

올해 글로벌 주식 성과는 지역별 편차가 컸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 속에서 고전하던 신흥국 주식들의 반등이 두드러진 반면 지난해까지 자금몰이를 주도했던 선진국 주식은 마이너스 수익률로 투자자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14일 기준)에 따르면 브라질펀드(56.73%), 러시아펀드(30.89%) 신흥아시아펀드(15.84%) 등 주요 신흥국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5~56%에 이른다. 하지만 일본펀드(-10.95%) 유럽펀드(-4.08%) 등 선진국 펀드는 이자는커녕 투자 원금만 까먹었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주식의 시대가 더 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완만하게 진행되면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가격 매력도 여전하다. 올해 신흥국 주식이 올랐다고는 해도 ‘거품’ 논란이 일었던 몇 년 전과 비교하면 50~70% 수준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이병열 삼성증권 자산배분전략 담당 상무는 “신흥국 주식은 선진국 대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이익 개선이 나타나는 신흥국 주식 비중을 늘려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다만 매수 타이밍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져 신흥국 증시가 조정받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주가가 숨고르기를 하는 시점에 무리해서 주식을 사들일 이유는 없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초과 수익’을 노린다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신흥아시아 펀드에 관심을 둘 것을 추천했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자산배분전략 연구원은 베트남과 관련, “자본시장 개방 속도가 빨라지면서 외국인 순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둔화, 밸류에이션 부담 등을 감안해 가격이 조정받을 때마다 조금씩 비중을 늘려가는 전략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도네시아 펀드를 추천했다. 그는 “인구, 자원 규모가 다른 국가를 압도하는 데다 최근 수년간 5~6%의 안정적인 경제성장률을 지속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선진국 주식은 옥석 가리기

전문가들은 올해 선진국 주식 펀드들의 성과가 저조하지만 포트폴리오 내 일정부분을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흥국 주식에만 집중했다가는 돌발변수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다만 선진국 주식에서도 미국 주식 위주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유럽, 일본 주식은 가격 부담은 낮지만 경기 둔화가 지속되는 것은 물론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낮다. 주가가 오르기엔 구조적으로 어려운 형편이다

그나마 미국은 상황이 낫다.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펀더멘털(내재가치)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노 연구원은 “연말로 갈수록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겠지만 이미 시장은 올해 금리 인상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태”라며 “지난해 12월처럼 금리 인상으로 미국 주가가 급락하는 일이 재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상무도 안정성 측면에선 미국 주식이 낫다는 입장이다. 그는 “선진국 증시에서도 양호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미국 주식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어 추가상승 여력은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생산, 고용 등 경제지표가 확장 국면에 들어서고 있어 하락 위험 역시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