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치 총리 개혁추진에 긍정적 영향

이탈리아 은행 방코 포풀라레와 방코 포풀라레 디 밀라노(BPM)가 대형 인수합병(M&A)의 첫발을 뗐다.

15일(현지시간) 방코 포풀라레와 BPM의 주주 투표에서 전체 투표자의 3분의 2가 양사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합병안이 승인됐다고 AFP 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16일 보도했다.

방코 포풀라레의 주주 2만3천683명이 찬성에, 118명이 반대에 표를 던지면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합병안이 통과됐다.

BPM 주주 가운데서는 7천315명이 찬성, 2천731명이 반대, 142명이 기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방코 포풀라레의 부실채권(NPL) 비중이 높아 BPM 은퇴 직원들이 공식적으로 합병 반대 입장을 공표하는 등 난항이 예상됐지만, 주주 투표에서는 찬성표가 가뿐히 반대를 앞질렀다.

이번 투표 결과에 따라 이탈리아 내 세 번째로 큰 은행 탄생이 한 발자국 가까워지게 됐다.

양사가 합병하게 되면 총자산 규모가 1천710억 유로, 고객 수는 400만명, 직원 수 2만5천명, 시장점유율 8.2%에 달하는 은행이 탄생한다.

자산 규모로 따지면 우니 크레디트, 인텐사 산파올로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은행이 되는 셈이다.

최근 부도위기에 내몰렸던 세계 최고(最古)은행인 방카 이탈리아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BMPS)와도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이번 합병은 지난 2007년 BMPS와 방카 안톤베네타가 합병한 이래 약 10년 만에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은행 M&A가 될 전망이다.

피에르 카를로 파도안 이탈리아 경제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위대한 은행이 탄생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양사의 순조로운 합병 진행은 국민투표를 앞둔 마테오 렌치 총리에게도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렌치 총리는 12월 4일 상원의 권한을 대폭 줄이고 중앙 정부의 힘을 확대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렌치 총리는 이번 투표에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고 만약 부결될 경우는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가에서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이탈리아 은행권의 부실채권 문제와 파산 위기 등이 부각될 경우 가결 가능성이 작아진다고 분석해왔다.

한편 이탈리아 은행권의 뇌관으로 꼽히는 BMPS도 새로운 재무건전성 제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BMPS 이사회는 최근 코라도 파세라 전 산업부 장관이 제시한 50억 유로 상당의 자본확충(recapitalization)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