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7 판매중단 발표' 11일부터 닷새간 1천592억원 순매수

갤럭시노트7 사태로 삼성전자 주가가 곤두박질한 상황에서 '큰손' 기관투자자인 연기금은 오히려 삼성전자 주식 매수를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기금은 삼성전자가 소비자 안전을 고려해 갤럭시노트7의 전 세계 판매 중단을 발표한 지난 11일부터 닷새간 삼성전자 주식 1천592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특히 판매 중단에 이어 생산 중단까지 결정한 직후인 12일에는 삼성전자 주식 758억원어치를 사들였는데 이는 연중 최대 순매수액이다.

연기금의 이런 행보는 같은 기간 금융투자(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기관투자가들의 들쑥날쑥한 매매 행태와 대비된다.

단기적 매매 패턴을 보이는 금융투자 쪽은 지난 11일 삼성전자 주가 급락으로 베이시스(선물·현물 가격 차)가 확대되자 순매수에 나섰다가 옵션 만기일인 지난 13일 일부 잔고를 청산해 차익을 챙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기금처럼 중장기 투자자로 분류되는 투신권도 11일부터 '사자'와 '팔자'를 오가며 삼성전자 주식을 놓고 확실한 투자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11~12일 대규모 매도에 나섰던 외국인은 13일 이후 사흘째 순매수했지만 5일간 전체적으로 따지면 5천35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갤노트7 단종 사태와 관련해 연기금과 가장 극명하게 상반된 시각을 드러낸 셈이다.

연기금은 삼성전자 주가가 이번 사태의 충격으로 사상 최고가인 170만원대에서 한때 150만원대 초반까지 급격하게 밀리자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주가는 갤노트7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10일 1.52% 떨어지고, 판매와 교환 중단 방침이 발표된 11일에는 8.04% 급락했다.

그러나 13일부터 외국인의 '사자' 전환 등에 힘입어 사흘 연속 1% 안팎의 반등세를 펼쳤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이 삼성전자의 중장기적 그림을 좋게 본 것 같다"며 "일시적인 충격을 딛고 내년에는 양호한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장기 투자자의 입장에서 현 주가는 진입 기회로 여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기금이 전통적으로 4분기에 주식 순매수를 늘리는 점은 삼성전자 주가가 하방 지지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연기금 중에서도 가장 덩치가 큰 국민연금의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목표 비중은 20% 수준이다.

국민연금이 이 비중을 채우려면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을 때마다 삼성전자 등 핵심 종목에 대한 매수세가 더 두드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 삼성전자 주가가 이미 고점을 찍었다는 의견도 있는 상황이어서 연기금의 최종 투자 성적표가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갤노트7 사태는 겪어보지 않은 최대의 위기 상황"이라며 "삼성전자의 신뢰성이라는 펀더멘털에 문제가 생겨 이번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 관련 실적은 꼭지를 쳤다고 본다"며 갤노트7 단종 사태가 실적 하락 추세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