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질 낮은 일자리만…초단기 근로자 5년 만에 최대
하루에 짧게 2~3시간 일하거나 1주일에 서너 차례만 근무해 ‘단기 알바’로 불리는 초단기 근로자 수가 5년 만에 최대치로 불어났다. 기업 구조조정 등 여파로 제조업 취업자 수가 3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고용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질 낮은 일자리가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통계청의 ‘취업시간별 취업자’ 자료를 보면 임시직이나 일용직 가운데서도 1주일 근로시간이 17시간 이하인 초단기 근로자는 올해 3분기 기준 134만3000명으로 작년 3분기보다 9만1000명 급증했다. 154만명을 기록한 2011년 3분기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초단기 근로자는 하루 근무 시간이 2~3시간 내외거나 1주일에 3~4일만 일하는 것이 보통이다.

초단기 근로자는 지난 1분기부터 3분기 연속 늘었다. 증가 속도는 전체 취업자보다 빠르다. 올 3분기 전체 취업자가 1.2% 증가하는 동안 초단기 근로자는 7.2% 늘었다. 지난 2분기에도 초단기 근로자 증가율은 4.4%로 전체 취업자 증가율(1.1%)보다 높았다.

초단기 근로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정부가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장려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경력단절 여성을 고용시장에 끌어들이기 위해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늘렸기 때문이다. 2013년 3분기 105만1000명 수준이었던 ‘사회간접자본 및 기타 서비스업종’ 초단기 근로자 수는 올해 3분기 120만5000명으로 급증했다.

최근 경기 침체로 근로자들이 초단기 일자리에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경기침체기에도 초단기 근로자는 급증했다. 외환위기로 대량 실업사태가 발생한 1998년 4분기 초단기 근로자는 전년 동기 대비 22만6000명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 4분기에도 14만3000명의 초단기 근로자가 양산됐다.

초단기 근로자가 많을수록 공식 실업률과 체감 실업률의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취업자로 분류돼 실업률 계산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초단기 일자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근로자는 구직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