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주 13억불 불과…설비·인력 추가감축 불가피
희망퇴직도 앞당겨 실시…노조 강경 대응 예고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수주 실적이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회사가 2조원대 이상의 추가 유동성 확보를 위한 비상계획 실행 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기존 계획을 넘어선 추가적인 인력 감축이 추진될 경우 노조와의 갈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비상계획 실행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16일 조선업계와 금융당국, 채권단의 말을 종합하면 대우조선해양은 수주절벽이 장기화함에 따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유동성 확보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의 실행 준비에 들어갔다.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수주 악화에 따라 컨틴전시 플랜 실행에 사실상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며 "계획을 어떻게 실행할지를 두고 고민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작년 10월 세운 1조8천500억원의 자구안에 더해 지난 6월 추가 자구계획으로 3조5천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채권단에 제출한 바 있다.

총 5조3천억원의 이 자구안은 올해 수주량이 62억 달러에 이른다는 기본가정을 전제로 세운 계획이다.

대우조선은 이 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올해 수주가 35억 달러로 급감하는 등 수주 악화가 장기화하는 최악의 상황(Worst Case)에 직면할 경우 생산설비 감축과 경비절감으로 2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추가로 확보하는 별도의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한 바 있다.

연 13조~14조원에 달하는 매출 규모를 6조~7조원 수준까지로 줄이는 추가적인 설비·인력 감축안이 그 내용이다.

즉, 생산설비와 인력을 구조조정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해 업황이 개선될 때까지 유동성 위기를 버텨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달까지 대우조선의 수주 실적은 13억 달러에 불과하다.

연말까지 남은 두 달 여 기간을 고려하더라도 최악의 상황으로 가정했던 35억 달러 목표마저 달성이 불투명하다.

정치적인 부담으로 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추가적인 '혈세'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앞서 정부가 지난해 10월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에 4조2천억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결정한 것을 두고 야당은 청문회를 열어 지원 결정 과정의 적정성에 집중포화를 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에 신규 유동성을 넣을 수 없다는 대원칙은 변하지 않았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대우조선은 현재 생산직까지 포함해 이달 말 종료를 목표로 총 1천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이후 지원조직을 분사하는 형태로 직원 2천명을 줄이는 등 연말까지 총 3천명의 인력을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대우조선은 이같은 수준의 인력 구조조정을 2020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시행 시기를 크게 앞당긴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추가적인 인력 감축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생산설비를 구조조정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을 고려하면 인력 감축 규모도 그에 준해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노조와의 갈등이다.

희망퇴직 모집 공고가 나오자 노조는 노보에서 "사람을 잘라서 드러나는 장부상의 인건비 절감 효과로는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없다"며 "노조는 희망퇴직을 저지하고 모두 함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반발했다.

이번 희망퇴직과 분사를 넘어선 추가 인력감축안이 나올 경우 갈등 격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채권단, 대우조선 측은 추가적인 인력 감축 계획을 공식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막 희망퇴직 조기시행을 공고한 상황에서 추가 인력 구조조정 언급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다만 설비 감축 가능성에 대해 대우조선은 공식 입장을 내고 "현재 보유 중인 플로팅 도크 3기 매각 등을 비롯해 추가적인 설비 감축은 수주잔량과 시장 상황을 고려해 유연하게 추진하겠다"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설비 감축 등은 수주잔량과 수주 상황을 보고 다음 작업일정이 나와야 판단할 수 있다"며 "상황 변화를 고려해 탄력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충분한 신규 수주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현재 작업 잔량을 고려하면 대우조선이 과감한 추가 설비 감축과 인력 구조조정을 실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앞서 지난 10일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의 자구계획 진도를 주 1회 이상 체크하고 있다"며 "생존전략을 짜는 데 산은과 대우조선, 금융당국 모두 긴장하면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김연정 이지헌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