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HS 마이크·월터 이사 인터뷰…"반도체 시장, IoT·AR 등 새 기회"
"D램 힘든시기 지나, 향후 18개월은 낙관"…"대형 M&A는 끝물"

"중국이 반도체 시장의 리더가 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정부가 막대한 돈을 쏟아붓겠지만, 반도체에 대한 깊은 배경지식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동시에 기존 주자들 역시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장조사기관 IHS의 애널리스트 마이크 하워드·월터 쿤 이사는 1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지나친 위기론을 경계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IHS에서 메모리 반도체인 D램, 낸드플래시 시장 분석을 각각 담당한다.

마이크 이사는 중국의 반도체 기업이 기존 주자들을 위협하는 상황이 "가능은 할 것"이라면서도 "반도체 공장을 세워서 운영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990년대 반도체에 엄청난 돈을 투자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대만의 예를 들었다.

특히 국내에서 고조되는 인재 유출 우려에 대해 "수백 명의 엔지니어를 끌어모은다 해도 반도체 생산은 쉽지 않다"며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모여 일하는 것이고 이들이 제대로 일하려면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할 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IP(지적재산권)도 변수로 들었다.

현실적으로 기존 주자들끼리는 상대사의 IP를 조금 침해하더라도 일정 부분은 양해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신흥 주자인 중국 기업의 IP 침해는 '봐주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선두는 어렵더라도 장기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마이크 이사는 "중국 역시 5년 이내에 이 시장을 지배하길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좀 더 의미 있는 플레이어로 남기를 바라는 것이고, 최소한 그들이 생산하는 제품이 있고 자국 기업에 팔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중국을 너무 신경 쓰는 건 도움이 안 된다"며 "본래 하려는 분야에 집중, 현재 생산하는 제품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제품에 집중하는 게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월터 이사 역시 "낸드와 D램 이후 뭐가 있을지, '다음'(Next)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반도체 시장을 이끌었던 PC와 스마트폰의 성장세가 전같이 않으면서 반도체 시장에 대한 위기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마이크 이사는 그러나 "여전히 장래는 굉장히 밝다"고 강조했다.

그는 PC와 스마트폰 수요를 대체할 요인으로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5G 통신, 증강현실(AR)의 발전을 들었다.

단기적으로도 시장은 '건강한' 상태다.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지난 2년간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3∼4개월 전부터 개선됐다.

수급균형이 맞춰졌고 3·4분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실적 역시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크 이사는 "D램 시장은 주기적으로 변하는데 지난 2년간 나빴기 때문에 앞으로 18개월간은 올라가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낸드 역시 마찬가지다.

월터 이사는 HDD, SSD 등 컴퓨터 저장장치(스토리지) 시장의 신규 진입 여지가 크고, 낸드가 가격탄력성이 크다는 점 등을 들어 지속적인 성장을 점쳤다.

D램과 달리 낸드는 가격이 내려가면 그만큼 수요도 늘어난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 출시된 아이폰7이 용량을 256GB로 확대하는 등 낸드가 2배로 들어가면서 다른 스마트폰 업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시장의 수요를 끌어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장의 낸드 시장은 공급이 다소 부족한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지리라 예상했다.

최근 몇 년간 활발했던 반도체 시장 M&A에 대해 이들은 "이뤄질 만한 건 이미 이뤄졌다"며 "M&A 트렌드의 끝물에 와있다"고 진단했다.

마이크 이사는 "대형 M&A보다는 소규모 형태로 일어날 것"이라며 "시장 참여자들이 몇 개로 정리된 상태에서 새롭고 특이한 기술을 보유한 작은 회사에 집중해 이들의 IP를 얻는 방식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noma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