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브렉시트)하기 위해 최대 200억유로(약 25조원)를 내야 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 보도했다.

FT는 영국이 EU에 제공하기로 돼 있는 예산을 마저 내고, EU 관련 기관 임직원의 퇴직연금 충당금 등을 일시에 지급하려면 EU에서 받을 돈을 제하고 나서도 최대 200억유로를 부담해야 한다고 추산했다. FT는 정확한 비용은 정치적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자신들이 EU 고위관계자와 회원국 고위직 여럿에게 계산 내용이 크게 잘못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FT 계산의 전제는 영국이 2019년까지 EU 예산에 참여하는 것이지만 일부 회원국 관계자는 2020년까지 분담금을 내야 한다고 요구해 부담은 더 커질 수도 있다.

장 아르투이 EU 의회 예산위원장은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서명한 지급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EU에서 탈퇴한다 해서 국제법상 의무를 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브렉시트가 (수틀리면 떠날 수 있는) 포커판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브렉시트 찬성파 정치인들이 이런 계산서를 받게 되면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FT는 예상했다. 브렉시트 찬성파는 지난 6월 국민투표 전 EU 분담금 비중(12%)이 과하다며 탈퇴하면 매주 3억5000만유로를 아낄 수 있다고 주장했다.

FT는 또 EU 단일시장에 접근하려면 다시 EU에 분담금을 내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U 탈퇴 지지자인 코너 번스 하원의원은 “EU를 떠나는 것은 더 이상 돈을 안 내고, EU 규칙을 안 따라도 된다는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