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우리의 생활 속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국내차와 수입차 간의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한경닷컴은 다양한 자동차 산업의 이야기(카톡)를 까놓고 얘기할 수 있는(까톡) 칼럼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 김정훈 기자 ] 지난 10일 오후 현대자동차가 공식 블로그에 올린 '세타2 엔진' 관련 공지사항에 많은 댓글이 달렸다. "미국처럼 국내 고객에게도 리콜하라" "같은 엔진, 같은 차니깐 나라가 달라도 보상해 달라" 등의 요구가 많다.

현대차의 내수 차별 논란이 재점화했다. 현대차 내부 직원(김모 부장)의 고발로 시작된 '세타2' 엔진의 결함 이슈로 소비자 불신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블로그에 미국에서 리콜을 실시한 2011~2012년형 쏘나타와 달리 국내 생산 엔진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공지했다. 다만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정식 조사관련 요청이 접수되면 성실히 조사에 임하고 유관기관과 협의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첨언했다.
[김정훈의 카톡까톡] 현대차 블로그는 '민원 창구'

기자가 12일 접속해 본 현대차 블로그는 민원 창구나 다름없었다. 내수 차별, 품질 불량 등에 대한 얘기가 대부분이다.

현대차는 이번에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산 세타2 엔진의 경우 미국 엔진 생산 공정의 청정도 관리문제로 발생한 사안으로 국내 생산엔진에는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고객들은 내수차와 수출차는 같다고 강조하던 현대차가 이번엔 공장 청결도 문제를 내세우며 미국과 한국 제품은 다르다고 하자 혼선이 생기고 불만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영종도에서 쏘나타(LF) 내수·수출 차량의 충돌 테스트 장면을 일반인에 공개하는 등 현대차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소비자 불신은 여전하다. 미국과 동일한 세타2 엔진을 탑재한 국내 쏘나타는 문제가 없다는 현대차 입장은 그동안 누적된 불신을 더 키운 셈이 됐다.
현대자동차는 12일 국내에서 차별 논란이 일고 있는 '세타2' 엔진을 탑재한 쏘나타와 그랜저의 보증기간을 미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연장한다고 공지했다. 사진=현대차 홈페이지 화면 캡처.
현대자동차는 12일 국내에서 차별 논란이 일고 있는 '세타2' 엔진을 탑재한 쏘나타와 그랜저의 보증기간을 미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연장한다고 공지했다. 사진=현대차 홈페이지 화면 캡처.
이날 오전 현대차는 국내에도 세타2 엔진을 장착한 차량에 대해 보증기간을 미국과 같이 10년 19만㎞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강조해온 미국과 내수 차별이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시키겠다는 현대차의 의지로 보여진다.

다만 한 템포 늦은 처방은 아쉽다. 인터넷에 소비자 불만이 확산되기 이전에 신속한 대응에 나섰으면 어땠을까.

세타2 결함 이슈로 인해 현대차의 '품질 경영'도 시험대에 올랐다. 2009년 YF쏘나타를 시작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품질 혁신'을 이룬 현대차가 지금은 YF쏘나타로 내수 시장에서 품질 문제와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

현대차의 내구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현대차 개발자들은 20만~30만㎞ 이상 차량 주행거리가 길 때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해 더욱 집중해야 한다. "캠리나 어코드 같은 일본차가 30만~40만㎞ 주행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 쏘나타는 10만㎞에서 나왔다"는 한 자동차산업 전문가의 말을 새겨 볼 필요가 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