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반발…"터무니없고 비합리적인 보고서…수용 불가"
업계선 '사실상 빅2 재편 요구' 해석도…이달말 정부 발표 주목


조선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외국계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컨설팅을 진행한 결과, 조선 '빅3' 중 대우조선해양이 가장 살아남기 힘들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우조선은 이번 컨설팅은 기본적인 가정부터 잘못됐다며 "보고서를 수용할 수 없다"고 정면으로 반발했다.

조선업 구조조정의 토대가 될 빅3에 대한 컨설팅 결과는 막판 작업 중이나 대우조선 등의 반발로 최종 보고서를 내지 못한 상태다.

정부가 이달 말 조선업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할 계획인 가운데 맥킨지 보고서가 어느 정도 반영될지 주목된다.

대우조선은 12일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맥킨지 보고서 초안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금번 컨설팅은 전혀 터무니없는 가정하에 진행됐고 조선사의 향후 전략과 자구노력이 반영되지 않는 등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많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맥킨지는 보고서 초안에 대우조선이 2020년까지 3조3천억원의 자금 부족이 발생해 자력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조선 3사의 매출과 영업이익 등을 토대로 추정한 것이며, 조선업 부실의 원인으로 지목된 해양플랜트 비중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전제가 깔렸다.

회사별로 보면 맥킨지는 보고서에서 2011~2015년 5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을 토대로 대우조선 영업이익률이 최악의 경우 2020년에는 -10% 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고, 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률은 -4%~1%, 삼성중공업은 -1%~4%로 각각 전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보고서에는 "조선업 불황으로 3사 모두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대우조선은 그룹사도 없고 재무구조도 가장 취약해 3사 중 가장 살아남기 힘들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맥킨지는 초안에 "대우조선을 매각하거나 분할해 파는 등 2사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으나, 이 내용은 보고서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맥킨지가 사실상 현재의 '빅3' 체제를 '빅2'로 재편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이라는 해석이 업계에서 나왔다.

정부가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인 조선업 구조조정 대책에서는 '빅3'를 '빅2'로 재편하는 내용은 제외되고, 대신 대우조선의 매출과 인력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맥킨지는 그동안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 최고경영자(CEO)에게 개별 회사의 진단 내용을 전달하고 의견을 조율해 왔으나, 대우조선의 반발 등으로 현재 최종 보고서를 도출하지 못했다.

지난 6월 시작된 컨설팅은 조선 3사가 비용을 지불하고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주관으로 진행됐으며, 조선업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정부가 참고자료로 활용하겠다고 밝혀왔다.

컨설팅은 당초 8월까지 결론을 낸다는 목표였으나업계 반발로 한달 반 넘게 지연됐고 이로 인해 조선업 구조조정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대우조선은 "맥킨지 보고서는 과거 5년간 매출 구성 및 영업이익률 등 기업 실적이 향후 5년 동안에도 반복되고, 시장 상황 악화와 맞물려 사업규모는 지속적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가정했다"며 "비합리적 추정에 근거한 보고서는 기업의 자구노력이나 해양산업을 줄이겠다는 사업 방향성 등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은 "결국 한국의 조선산업은 과거 잘못을 향후 5년 동안에도 계속 반복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살아날 수 없다는 것으로, 세계 1위인 한국 조선산업의 가능성과 능력을 무시한 보고서"라고 주장했다.

또 "섣부른 판단으로 국가 기간산업인 조선업 경쟁력을 폄하하는 것은 해외 경쟁업체에 또다른 기회를 제공해 국부를 유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업계에서는 "지난 5년간 이익률이 높았던 기업에는 유리하고, 적자를 낸 기업에는 불리한 결과가 나온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왔다.

대우조선이 이처럼 강력 반발하면서 맥킨지 보고서의 기본 전제 등이 적합한지 검토하는 작업을 조선해양플랜트협회 등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