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그룹주 평가액이 두 달여 만에 3조4천억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 보유 삼성그룹 상장사 주식평가액(종가 기준)은 7월29일 22조7천800억원(9종목)에서 지난 7일 26조2천74억원(11종목)으로 15.1%(3조4천274억원) 급증했다.

국민연금이 8~9월 사이 포트폴리오에 삼성생명, 삼성엔지니어링을 신규 편입하고 삼성화재, 호텔신라, 삼성전기 지분을 약 1%씩 추가 취득하면서 평가액이 크게 늘었다.

이 기간(7월29일~10월 7일)에 국민연금이 보유한 에스원, 삼성증권, 제일기획, 삼성전기, 삼성SDI) 등 5종목 주가는 하락했지만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엔지니어링, 호텔신라 등 나머지 6종목의 주가가 크게 오른 것도 평가액을 늘리는 요인이 됐다.

특히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요구에 힘입어 최근 수혜 관련 종목의 주가가 수직상승한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이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삼성전자(8.38%)와 삼성물산(5.96%) 주가는 두 달여간 각각 10.85%, 22.14% 급등했다.

이에 따라 두 종목에서 얻은 평가이익만 2조3천84억원에 달한다.

또 국민연금이 8~9월 적극적으로 쓸어담은 삼성생명 등의 주가 상승률이 높은 것이 평가액을 불리는 데 한몫했다.

국민연금은 8월에 삼성생명 지분 5%, 9월에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5.02%를 포트폴리오에 신규 편입했다.

이와 함께 삼성화재 지분 1.04%, 호텔신라 지분 1.07%를 추가로 사들였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분할과 특별배당을 요구한 엘리엇의 주주제안 덕에 국민연금이 단기간에 엄청난 수혜를 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 개편의 수혜주로 꼽히는 삼성생명은 두 달 전과 비교하면 주가가 10% 넘게 뛰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 중심의 중간 금융지주회사 재편 시나리오로 간다면 삼성생명은 보유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 지분가치 상승은 곧 삼성생명으로 들어올 현금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지분가치가 상승하면 삼성생명 주가도 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삼성화재도 삼성전자 지분 1.3%를 보유해 삼성전자 지분가치가 올라가면 평가이익을 누리는 구조다.

두 달 사이 5% 넘게 오른 삼성엔지니어링도 지배구조 개편의 수혜주 범주에 들어 있다.

시장에선 삼성중공업과 삼성물산의 건설부문,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시나리오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상헌 연구원은 "삼성그룹 건설부문 합병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여전하다"며 "이러한 기대감은 삼성엔지니어링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신라는 지배구조 개편 이슈에서 다소 비켜나 있지만 일각에선 어느 종목보다 주가상승률이 클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호텔신라의 계열분리가 추진된다면 이부진 사장이 지배권 안정화 차원에서 호텔신라 지분 추가매입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정 기자 khj9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