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 등은 철도파업에 재고 떨어진 상태…운송거부 길어지면 직격탄
자동차·전자·유화 "아직 영향 없지만, 운임 올라갈까 바짝 긴장"

산업팀 = 화물연대가 10일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함에 따라 국내 주요 산업계의 물류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달 철도파업에 이어 육상 물류의 대동맥을 이루는 화물차 운송까지 마비될 경우 수출입 화물 수송이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이날 컨테이너기지(ICD), 부산항, 광양항 등 주요 물류거점은 일단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가 장기화할 경우 물류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업종별로 피해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시멘트업계 "철도파업에 재고 떨어졌는데 화물까지"
철도파업에 이어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치면서 육상 운송이 많은 시멘트업계가 가장 먼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멘트 공장이 내륙에 있어 철도 운송이 많은 한일시멘트, 성신양회, 아세아, 현대시멘트 등은 이미 철도파업 장기화로 시멘트 재고가 쌓이면서 이미 공장이 감산에 들어간 상태다.

또 철도역에 위치한 시멘트 사일로(시멘트 저장창고)에는 공급이 줄어들면서 현재 평균 재고가 20%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이런 가운데 화물연대 파업까지 확산해 시멘트 운송 차질이 확대될 경우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일단 파업 첫날에는 시멘트 운송을 하는 BCT(벌크시멘트트레일러) 차주들의 화물연대 노조 가입률이 낮아 큰 차질은 빚어지지 않고 있다.

한 시멘트사 관계자는 "건설현장에 시멘트 수요가 많은 성수기여서 BCT 차주들이 이 대목을 놓치기 아까워 파업에 참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며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별다른 운송 차질은 없다"고 말했다.

레미콘 업계의 한 관계자도 "시멘트 운송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어서 아직 큰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파업을 종용하거나 파업의 충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가담자에 대한 운송 방해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시멘트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화물연대 파업 참가자들이 시멘트 생산공장 정문을 가로막아 시멘트 운송차량의 출발 자체를 방해한 일도 있었다"며 "이 경우 물류에 큰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 동향을 지켜봐야겠지만 더 큰 문제는 철도파업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현재 30~40%로 줄어있는 철도 운송을 하루속히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건설현장에서 필요한 자재를 미리 확보해 둔 현장들이 많아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레미콘, 철근 등이 주요 자재인데 거래 중인 레미콘 업체에서 미리 시멘트를 확보해뒀고 철근 등 자재는 현장마다 미리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 현재까지는 파업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하면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건설업계도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 자동차·전자 "당장 영향은 없지만 불안"
조선업은 아직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물류차질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자재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후판은 크기 때문에 배로 실어 나르며 화물차로 운송하는 기자재의 경우 물류 우선순위를 정하고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해상 운송 계획을 세웠다.

조선 '빅3'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하면 다시 대책을 세워야 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사전에 준비했기 때문에 별 영향이 없다"고 전했다.

자동차 업계도 당장은 큰 차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는 한글날 대체휴일로 이날 공장이 쉬었고, 기아차는 광주, 소하리 공장은 파업 영향 없이 정상 가동했다.

물류의 대부분을 화물차에 의존하는 자동차 부품업계는 아직 심각한 운송 차질을 겪고 있지 않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모든 차량이 다 파업에 참여하는 게 아니고 화물연대가 파업을 전에도 한 두 번 했기 때문에 미리 충분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굴삭기 등을 생산하는 두산인프라코어는 애초 운송 계약을 비(非)화물연대 차량과 체결했고 이번 파업에 대비해 예비 차량을 확보하고 선적도 최대한 가까운 항구에서 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했다.

전자업계에도 아직 큰 영향은 없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로지텍에, LG전자는 범한판토스에 물류대행 업무를 맡기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부피가 큰 가전제품의 운송에 일부 차질이 우려된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는 가전 등 전자제품은 국내 소비 물량뿐만 아니라 수출 물량도 대부분 화물을 이용해 공항·항만까지 운송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장 큰 영향은 없지만 파업이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지 모르기 때문에 유의해서 지켜보고 있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겠지만 당장의 액션플랜은 없다"고 말했다.

LG전자도 현재 큰 영향은 없지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대체 트럭을 확보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 유화업계 "운송비용 들썩이는 움직임"
석유화학 업계에도 아직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물류차질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석유화학 단지가 있는 울산의 경우 이 지역에 허가된 화물차 8천900여대 중 화물연대 가입자가 900명 정도이고 이 중 이날 파업 집회에 참가한 노조원은 500~60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울산의 석유화학업체들은 이들 화물차량을 폴리머 제품 수송에 이용하는데 파업 참여자들이 많지 않다 보니 현재까지는 큰 영향이 없는 상황이다.

울산의 한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최근 공장이 정기보수 중이라 운송량이 평소보다 크게 줄어든 만큼 아직은 파업으로 인한 차질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유조차의 경우 대부분 이 회사 소속인 데다 수송 협력사 가운데에는 화물연대 가입 업체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벌써 화물 운송비용이 들썩이는 움직임이 있는데 파업이 장기화하면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대비책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울산의 다른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도 "화물 운송을 계약한 용역업체들이 화물연대에 가입돼 있지 않아 아직 별다른 차질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의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영향은 별로 없다"며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운송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주문·출하 안내, 물류센터 대체 출하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석탄이나 철광석 같은 원료는 해상으로 들여오지만, 제품을 공장에서 출하할 때는 대부분 화물차를 이용하고 있다.

이처럼 화물 물류 의존도가 높아서 이번 파업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다만 급한 물량은 지난 주말 등을 이용해 미리 운송을 마친 데다 중간 가공업체에 재고 물량도 있어서 현재 큰 피해는 없는 상황이다.

일부 업체는 화물연대에 가입하지 않은 화물차를 활용해 이날 긴급 주문 제품을 출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철강업계는 파업이 길어지거나 참여율이 높아지면 업계 전반적으로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재고 상황을 지속 점검하고 있으며 재고가 관리 수준 이상으로 증가할 경우 해상 운송 제품 위주로 출하할 계획"이라며 "여러 방안을 동원해 파업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