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내년 1분기 중 확인 시스템 갖추기로
지금은 실손의료보험 확인만 의무화


정부가 내년 1분기 중으로 교통사고처리지원금, 생활배상책임 등 기타 실손 담보보험의 중복가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현재 실손의료보험만 중복계약 체결 여부 안내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기타 실손담보보험 중복 가입자도 174만명에 이른 데 따른 것이다.

9일 한국신용정보원에 따르면 기타 의료비를 제외한 실손 담보보험의 중복 가입자 수는 올해 8월 기준으로 174만8천628명이다.

실손보험은 생명보험과 달리 아무리 여러 개를 들어도 실제 들어간 비용만큼만 보험금이 나온다.

보험 특약을 2건 가입한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해 300만원을 물어줘야 할 경우 2개 보험사에서 각각 300만원씩 6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A회사 150만원, B회사 150만원 식으로 기여분만큼 비례 보상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실손보험에 중복 가입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손해라고 조언하고 있다.

중복 가입자가 많은 기타 실손담보보험 특약은 주로 운전자보험에 포함돼 있다.

자동차사고로 다른 사람을 숨지게 하거나 중상해를 입혔을 때 형사합의금을 보상하는 교통사고처리지원금 특약의 경우 중복 가입자가 46만4천510명이다.

벌금을 보장하는 벌금담보 특약은 28만1천987명, 변호사 비용을 보상하는 법률비용 특약은 1만9천932명이 중복 가입돼 있다.

일상생활 중에 자신의 실수나 잘못 때문에 일어난 사고로 다른 사람이나 재물에 손해를 끼쳤을 때 보상해주는 손해보험 특약인 '생활배상책임' 중복 가입자는 98만2천199명에 이른다.

금융당국은 실손의료비 보험의 경우 2009년부터 상품 가입 전 반드시 중복가입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고 있지만, 기타 실손담보보험 특약에 대한 중복가입 안내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교통사고 처리지원금의 경우 특약 보험료가 2천∼5천원 정도이고 생활배상책임과 법률비용 특약은 1천원 이하로 보험료가 비싸지 않아 그간 중복가입 확인에 소홀했던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주 열린 금융위 국정감사에선 "보험료가 아무리 소액이더라도 계약자가 여러 건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도록 빠른 안내가 필요하다"(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는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도 지난 8월 금융위 감사 결과에 "실손의료보험계약 외의 다른 실손담보 보험계약에 대하여는 보험계약 모집 때 중복계약 체결 여부 확인과 비례보상 원칙 안내 등의 제도를 마련하지 않고 있으며 중복가입 현황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담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내년 1분기까지 기타 실손보상 특약에 대해서도 중복가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라며 "시스템 구축 비용 등을 따져 어떤 특약 상품의 중복가입 확인을 의무화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도 "업계도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중복가입 조회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데 공감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