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10월29일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에서 조(兆) 단위의 부실이 발생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조선업계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산은과 수은은 “지원이 이뤄지면 대우조선의 조기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대우조선 4.2조 지원 결정 1년…5대 근거 모두 '헛발질'
그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산은과 수은이 공언한 ‘조기 정상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1년 전보다 경영 상황이 악화됐다. 전문가들은 “당시 산은이 내세운 지원의 전제는 모두 실현되기 어려운 장밋빛 전망이었다”며 “잘못된 전망과 전제조건을 근거로 지원을 결정해 오히려 화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1) 눈앞 수주절벽도 예측하지 못해

산은은 올해 대우조선의 수주 규모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산은이 대우조선 지원 근거로 삼은 삼정KPMG의 실사보고서는 대우조선이 올해 115억2400만달러 규모의 일감을 수주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기준 대우조선은 9억8000만달러의 선박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남은 3개월 동안 대규모 수주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전망과 현실은 10배가량 차이가 난다.

‘수주절벽’ 가능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론됐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당분간 해양플랜트 수주가 끊길 것이라는 전망은 기정사실화됐다. 지난해 8월 한국 조선업계 수주액이 전월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상선시장이 위축될 게 불 보듯 뻔하다는 경고도 나온 상태였다.

(2) 순이익 낸다더니…1조원 순손실

대우조선의 올해 영업실적도 산은의 전망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산은은 4조2000억원을 지원하면서 “2016년부터 안정적인 영업이익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정KPMG는 대우조선이 2016년 영업이익 4653억원, 순이익 280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대와 달리 현실은 참혹하다. 대우조선은 올 상반기에 4499억원의 영업손실과 1조189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지난 6월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산은은 올해 말까지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이 500% 이하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 말 기준 7000%를 웃돌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3) 해양플랜트 인도도 마무리 못해

대우조선이 산은의 전망과 달리 영업손실을 내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해양플랜트 인도 지연 때문이다. 산은은 대우조선이 건조하고 있는 해양플랜트 대부분이 2016년 내 인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대우조선은 13기의 해양플랜트를 건조하고 있고, 이 중 연내 인도가 가능한 해양플랜트는 5기에 불과하다. 나머지 8기는 2017~2020년 인도될 예정이다. 8기 가운데 7기는 한 차례 이상 인도가 지연됐다.

해양플랜트 인도가 지연되면 건조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 때문에 영업손실 규모가 커진다. 올해 안에 인도하겠다는 해양플랜트 5기의 운명도 장담하기 힘들다. 당장 앙골라 국영석유회사가 발주한 드릴십 2기의 인도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4) 자회사·사옥 매각도 지지부진

대우조선이 자구계획으로 내세운 비(非)핵심 자산 매각 일정도 지연되고 있다. 산은은 대우망갈리아, 드윈드, DSME 오만, FLC, 대우조선해양건설, DK마리타임 등을 매각하거나 청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정리가 완료된 것은 FLC밖에 없다.

서울 다동 사옥 매각작업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년간 협상 대상자만 미래에셋자산운용, 키움자산운용, 코람코자산신탁, 캡스톤자산운용 등으로 바뀌었다. 협상 대상자들이 인수 자금 마련에 계속 실패한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등을 감안할 때 사옥 매각이 단기간에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이 사옥 매각에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5) 아직도 못 밝힌 부실 책임 규명

전(前) 경영진의 부실 경영 책임 규명 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산은은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에게 부실 경영 책임을 묻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 경영진의 부실 경영 여부를 아직 제대로 밝혀내지도 못한 상황이다.

4조2000억원 지원 전제조건인 노동조합의 쟁의 자제 약속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 6월 파업 찬반투표를 해 가결시켰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