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기획재정부 간부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닮고 싶지 않은 상사’ 목록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가지 않을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2004년부터 연말마다 노동조합 주관으로 닮고 싶은 상사를 뽑고 있다. 정부 부처 중 매년 정기적으로 이런 투표를 하는 곳은 기재부가 유일하다. 훌륭한 리더십을 보인 간부를 선정해 조직 문화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사무관 등이 과장급과 국장급을 투표하는 방식이다. 투표 결과는 공개된다.

‘닮고 싶지 않은 상사’를 뽑는 투표도 함께한다. 개인의 명예를 감안해 선정 결과는 당사자에게만 통보한다. 하지만 외부에 알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재부의 A과장은 “대부분 ‘닮고 싶은 상사’에 뽑히는 것보다 ‘닮고 싶지 않은 상사’로 선정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B국장은 “일은 잘 못하면서 부하 직원만 괴롭히는 상사라는 낙인이 찍힐까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기재부 간부들은 ‘업무 능력과 무관한 인기 투표’로 흐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C과장은 “아무래도 후배들에게 잘해주는 간부가 유리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과거 한 장관은 ‘닮고 싶은 상사’에 뽑힌 간부에게 업무보다 후배 눈치를 많이 보는 것 아니냐는 뼈 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과장급 미만 공무원들은 이런 투표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F사무관은 “닮고 싶은 상사에 뽑힌 간부는 거의 다 인성도 좋고 업무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내는 분들”이라며 “정부부처에서는 민간과 달리 인사평가를 입체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조직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투표”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