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이재용, 지배력 확대할 수도"…블룸버그 "회사 미래 바꿀 기회"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한 것은 이 회사의 이재용 부회장에게 좋은 기회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엘리엇 같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노리는 교과서적 예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 신문은 톰슨로이터의 향후 12개월 이익 전망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경쟁 기업들보다 40% 저평가된 데다 삼성이 갤럭시 노트 7이 배터리에 불이 붙는 결함 때문에 리콜된 문제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창업자 가문이 순환출자를 통해 삼성 계열사를 지배하는 가운데 이건희 회장이 사망하면 승계 과정에서 수백억 달러의 상속세를 내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엘리엇은 삼성전자의 분사, 270억달러(약 30조원)의 특별 배당금 지급, 잉여현금흐름 75% 이상의 주주 환원, 사외이사 추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눈 다음 이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하라는 엘리엇의 요구대로라면 삼성 가문은 세금 혜택과 함께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늘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망했다.

엘리엇의 제안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매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블룸버그도 칼럼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이 노트 7 발화 때문에 첫 번째 큰 시련을 겪고 있으며 엘리엇을 상대해야 하는 2번째 시련을 맞았다면서도 이를 진화해야 할 또 다른 불이 아니라 삼성전자와 이 회사의 미래를 바꿀 기회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삼성전자가 승계 과정에서 노트 7 리콜로 궁지에 몰린 상황이라 엘리엇이 기막힌 타이밍 덕분에 승리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 통신은 삼성이 엘리엇의 제안을 너무 성급하게 거절해서는 안 된다면서 엘리엇의 주장대로 주식 가치가 턱없이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엘리엇이 요구한 270억 달러 배당금은 시가총액의 약 15%로 애플이 지난 4월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에 당시 시총의 15%인 870억 달러를 쓰기로 한 것과 비교하면 지나친 것이 아니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75%의 잉여현금흐름을 주주들에게 돌려달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터무니없지는 않다고 했다.

반도체회사 퀄컴이 75% 이상의 잉여현금흐름을 주주들에게 준다는 계획을 최근 재차 밝힌 것을 예로 들었다.

블룸버그는 엘리엇의 나스닥 상장 요구 역시 근거가 있다면서 유동성과 접근성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