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호 디자이너를 영입해 대대적인 브랜드 새단장(리뉴얼)을 한 휠라가 홀로서기에 나서 패션업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정구호 서울패션위크 총감독 겸 디자이너는 6일 "(휠라와는) 브랜드 리뉴얼과 관련된 컨설팅을 담당하기로 했었는데 리뉴얼을 마무리했기 때문에 휠라를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휠라는 1911년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스포츠 브랜드로 2007년 휠라코리아가 글로벌 사업권을 인수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 나이키·아디다스와 함께 국내 스포츠의류 시장에서 '빅3' 자리를 지켜온 휠라는 최근 매출 감소와 뉴발란스·데상트 등 새로운 브랜드의 약진 속에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휠라는 지난해 정구호 디자이너를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 겸 부사장으로, 김진면 옛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전무를 사장으로 영입하며 브랜드 리뉴얼에 나섰다.

휠라가 브랜드 콘셉트를 전면적으로 바꾼 것은 1992년 국내 론칭 이후 23년 만에 처음이다.

휠라는 퍼포먼스·라이프스타일·스포츠 캐주얼 등으로 나뉘었던 브랜드 정체성(BI)을 스포츠의 핵심인 '퍼포먼스'로 정하고 아웃도어 사업 등을 과감하게 정리하면서 2020년까지 국내 스포츠웨어 시장 3위권에 재진입한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정구호 디자이너는 "브랜드 리뉴얼의 기본 방향성은 잘 잡혔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제 브랜드를 더 발전시키는 것은 휠라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정 디자이너는 이달 22일까지 진행될 서울패션위크가 끝나면 최근 현대홈쇼핑과 협업해 선보인 '제이 바이'(J BY) 사업과 화장품 제조업체 코스맥스의 브랜드 컨설팅 등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제이 바이는 30∼50대 여성 고객을 겨냥한 브랜드로 정구호 디자이너 특유의 단아하고 고급스러운 스타일의 여성복을 선보일 예정이다.

가격대는 8만∼30만원대로 기존 홈쇼핑 디자이너 브랜드보다 다소 높다.

제이 바이를 선보이는 과정에서 휠라 측과 의견 충돌이 있어 휠라를 떠나게 됐다는 소문에 대해 정구호 디자이너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휠라에 입사할 당시부터 풀타임이 아닌 컨설팅 위주의 업무를 하기로 했고 (제이 바이가 휠라와 같은) 스포츠 브랜드가 아니므로 의견차가 생길 일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구호 디자이너는 지난해 말부터 고문을 맡은 코스맥스의 브랜드 이미지 개선 작업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화장품·건기식품을 취급하는 회사의 특성상 디자인 부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정구호 디자이너를 고문으로 영입했다"며 "제품은 물론 기업이미지(CI) 리뉴얼과 홍보영상 제작 등 다양한 방면에서 컨설팅을 받고 있어 코스맥스의 정체성을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cindy@yna.co.kr